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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필름' 들이대니 화장실 틈에서 '번쩍'···몰카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생 이모(24)씨는 지난달 ‘몰래카메라 탐지 카드’를 샀다. 신용카드 크기의 빨간색 셀로판지 필름으로, 휴대폰 카메라에 이 필름을 부착한 후 주변을 비추면 근처에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씨는 “몰카 탐지 기계는 비싸고 크기가 커서 다닐 수 없어 대신 이 카드를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닌다”며 “연일 몰카 범죄가 일어났다는 뉴스가 나오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탐지 카드'를 부착해 몰래카메라를 찾는 모습.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게 몰래카메라다. [사진 몰가드]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탐지 카드'를 부착해 몰래카메라를 찾는 모습.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게 몰래카메라다. [사진 몰가드]

A씨는 “공중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을까 봐 공중화장실 벽에 뚫려있는 구멍을 막기 위해 스티커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이처럼 일상 속 몰래카메라에 대한 공포로 휴대용 몰카방지 도구를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몰카탐지 앱·폰 케이스까지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탐지 카드'를 부착해 몰래카메라를 찾는 모습.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게 몰래카메라다. [사진 몰가드]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탐지 카드'를 부착해 몰래카메라를 찾는 모습.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게 몰래카메라다. [사진 몰가드]

간이 몰카 탐지기 판매 업체 몰가드는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몰카 탐지 카드’를 판매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해 모금 목표 금액의 5047%를 모았다. 손수빈 몰가드 대표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 아이와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에 불법촬영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몰가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한 텔레비전프로그램에서 빨간색 셀로판지로 몰카를 단속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방지 카드'를 부착한 모습. [사진 몰가드]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방지 카드'를 부착한 모습. [사진 몰가드]

몰카탐지기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몰카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감지하는 원리다. 실제 효과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4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선 다운로드 수가 10만이 넘었다.

일부 업체에선 몰카탐지 기능이 장착된 휴대폰 케이스도 개발했다. 몰카탐지 케이스로 특허를 받은 김영재 와이낫 리테일 디자인 대표는 “‘공중화장실을 갈 때마다 이제 안심할 수 있게 됐다’는 한 소비자의 반응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몰카 탐지 기기’ 무료 대여”

지자체도 함께 나섰다. 서울 관악구·강남구·강서구·중구 등 구청에선 무료로 몰카 탐지기를 대여해주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그 피해 정도가 상당히 심각하다”며 “지난해 구청에서 고가의 탐지기 29대를 사 개인뿐 아니라 숙박협회, 지구대 등에도 대여해 총 4000여건 점검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청파동의 한 여성 화장실에서 전자파탐지기로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청파동의 한 여성 화장실에서 전자파탐지기로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실제 불법촬영은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범죄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 389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32%가 ‘여성 대상 범죄 중 불법촬영이 가장 두렵다’고 답했다. 성폭행·추행(29.1%), 주거침입(23.4%), 스토킹(15.3%)이 뒤를 이었다. 2018년 기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는 총 5925건 발생했다. 이 중 검거된 사람은 5497명이다.

“약물치료·영상 소비자 처벌 강화”

경찰관이 카메라 탐지장비를 이용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뉴스1

경찰관이 카메라 탐지장비를 이용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다른 범죄에 비해 상습범이거나 재범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성도착증일 확률도 높아 교도소에서 약물치료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촬영물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몰카 범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불법 촬영물 공급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범죄를 끊어낼 수 없다”며 “영상물을 즐긴 소비자도 강력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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