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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에 한방 맞은 러···'달 탐사기지' 꺼내며 中에 SOS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7월 20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스 MS-13 우주선이 발사되고 있다. 미국 민간 업체인 스페이스X가 지난달 31일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에서 러시아의 독점적인 지위가 사라졌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 20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스 MS-13 우주선이 발사되고 있다. 미국 민간 업체인 스페이스X가 지난달 31일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에서 러시아의 독점적인 지위가 사라졌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러시아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주 수입원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유인 우주선 사업을 더는 독점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크루 드래건' 성공에 독점 깨져 #잇단 발사 실패에 자금난 심화 #미국 대신 중국에 손 내밀어 #

일단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분위기다. 러시아 우주개발의 사령탑인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의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유인 우주선 발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에 새로운 로켓을 시험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에 성공한 직후다.

러시아는 2011년 7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비용 감축을 이유로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이후 유인 우주선 사업을 사실상 독차지했다. 옛 소련 시절에 개발한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해 ISS에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실어날랐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도 2008년 소유스를 이용해 ISS를 오갔다.

러시아의 우주개발 역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러시아의 우주개발 역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러시아는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39억 달러(약 4조 779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러시아의 우주사업을 지탱하는 큰 힘이었다.

민간 연구소인 러시아 우주정책연구소의 이반 모이셰에프 소장은 지난달 28일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유인 우주선 사업 축소는) 러시아 경제와 우주개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잇따른 발사 실패로 부채가 쌓인 것도 부담이다. 러시아는 2010년 12월 위성항법시스템용 측위위성 3기를 실은 로켓을 시작으로 각종 인공위성ㆍ보급선 발사에 실패했다.

지난 2018년 10월 11일 러시아가 발사한 소유스 우주선이 발사 수 분 만에 추락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지난 2018년 10월 11일 러시아가 발사한 소유스 우주선이 발사 수 분 만에 추락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2018년 10월에는 소유스 우주선을 실은 로켓이 발사 수 분 만에 문제가 발생해 추락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당시 우주선에 타고 있던 2명 중 1명은 미국인이었다.

돈줄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자 러시아는 미국 대신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에 달 표면에 공동 탐사기지를 짓자고 제안한 상태다. 중국이 달 탐사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미국은 2024년부터 유인 달 탐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가 제시한 달 탐사선 이미지. [AP=연합뉴스] T

미국은 2024년부터 유인 달 탐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가 제시한 달 탐사선 이미지. [AP=연합뉴스] T

미국은 이런 러ㆍ중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달 탐사계획에 동맹국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미 지난해 유럽과 일본ㆍ캐나다 등에 투자를 요청했는데, 일본은 2025년 이후 일본인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유인 우주선 사업의 동력이 떨어진 러시아는 당분간 우주 프로젝트는 군사ㆍ통신위성 운용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사장은 현지 언론에 “환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던 소련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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