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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가뭄 조선업계 단비 내렸다···카타르 23조 LNG선 계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중공업 LNG 운반선.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 LNG 운반선. 현대중공업그룹

수주 가뭄을 겪었던 국내 조선업계에 23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선 단비가 내렸다.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에서 23조원 규모의 LNG선 수주 계약 소식이 들려와서다.

카타르 국영 석유사 QP는 1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LNG선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르면  QP는 오는 2027년까지 이들 3개 조선사의 LNG선 건조 공간(슬롯) 상당 부분을 확보하게 된다.

LNG선 100대 이상 분량에 해당하는 이번 계약은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QP가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각 사에게 각각 몇 대씩의 LNG선 수주를 인도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카타르는 오는 2027년까지 LNG 생산량을 연간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LNG선 건조 수요 역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자 QP 최고경영자(CEO)인 사드 알 카비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최소 60~80척의 LNG 운반선을 건조할 것"이라며 "노후선박 교체수요를 포함해 최대 120척 규모의 슬롯 예약을 올해 여름 전에 체결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수년째 수주 절벽에 내몰렸던 국내 조선업계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세계 LNG선 시장이 그간 사실상 국내 조선업계의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2004년부터 3년간 계속된 카타르의 LNG선 53척 발주를 싹쓸이 수주했다. 2014년 러시아의 쇄빙 LNG선 15척 발주물량을 전부 수주한 곳도 대우조선해양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기류가 달라졌다. 중국 조선사들의 도전이 거세져서다. 중국 내 1위 조선사 중국선박공업(CSSC)이 지난해 7월 중국 내 2위사 중국선박중공(CSIC)과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 조선사로 재탄생한 게 그 예다.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금융 지원을 받은 CSSC는 실제 지난달 QP의 LNG선 16척 도크 발주(약 3조5000억원 규모)를 따내는 데 성공하며 국내 조선업계를 긴장케 했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1일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LNG선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QP 홈페이지 캡쳐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1일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LNG선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QP 홈페이지 캡쳐

이번 QP와 국내 조선 3사 간 23조원 규모의 대형 LNG선 수주 계약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그래서다. 이날 화상으로 열린 협약식에는 사드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 겸 QP 대표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근 대우조선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했다.

알 카비 장관은 이날 협약식에서 "오늘 한국 3사와 맺은 이번 협약은 이런 특별한 시기에도 북부 유전(North field) 확장 사업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협정은 향후 우리의 LNG 생산 능력 확대에 따른 미래 LNG선 생산 수요와 장기적 선박 교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장관은 "최근 국제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카타르 간 오랜 상호 신뢰와 알 카비 장관의 탁월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있었기에 오늘 계약 체결이 가능했다"며 "에너지·조선 분야의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ICT·헬스케어·플랜트 건설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는 데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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