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릴 잊지 않았다"···마스크 지원에 伊참전용사 울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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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미국의 6·25 참전용사 및 가족에게 보낸 마스크 50만장이 12일(현지시간) 오전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사진 미 한국대사관

한국 정부가 미국의 6·25 참전용사 및 가족에게 보낸 마스크 50만장이 12일(현지시간) 오전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사진 미 한국대사관

이탈리아의 6·25 참전용사 유가족 측이 한국 정부가 제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자녀인 미켈레 산토로는 최근 지역 일간지 오세르바토리오 시칠리아에 “한국은 그들의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을 잊지 않았다”며 한국의 마스크 지원에 감사하는 글을 기고했다.

산토로는 “한국 정부가 참전용사 유가족당 100장이 넘는 KF94 마스크와 진심 어린 서한이 담긴 소포를 보내왔다”며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라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한국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0일(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산토로 외에도 마스크를 지원받은 많은 유가족이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사의를 표하고 있다.

한 참전용사 유가족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 양말 등을 활용해왔는데 질 좋은 마스크를 받으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잊지 않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전 참전부대 모체인 로마 소재 적십자군사본부 측도 우리 공관을 통해 “물자·예산 부족으로 코로나19 퇴치에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한국 정부가 잊지 않고 마스크를 지원해줘 고맙다”는 뜻을 전달했다.

적십자군사본부는 이어 “지금까지 많은 해외 파견과 지원을 시행했으나 이번처럼 뜻깊은 선물을 전달해준 나라는 없었다”며 각별한 사의를 전달했다.

6·25 전쟁 70주년 앰블럼 및 Stay Strong 로고. 사진 국가보훈처

6·25 전쟁 70주년 앰블럼 및 Stay Strong 로고. 사진 국가보훈처

국무총리실 소속 6·25 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22개 유엔참전국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코로나19 예방도 돕는다는 취지로 마스크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총 지원 수량은 100만장으로, 전체 참전용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절반인 50만장이 먼저 지원됐고, 그 외 21개국에 참전 인원 및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등을 고려해 나머지 50만장을 배분하고 있다.

마스크를 지원받은 나라들은 잇따라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육군에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동료들이 서로 돕는 것을 보는 것보다 기쁜 것은 없다”며 “미국은 다정한 기부와 너그러움에 대해 한국 측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셸 오즈왈드는 지난 22일 현지 공영방송 프랑스3 채널과 인터뷰에서 “이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는데도 함께 싸운 사람들을 언제나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며 “감동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향후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우리 국민이 어려움 없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될 경우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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