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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세월호 특조위 방해' 9명 무더기 기소…박근혜는 추후에

중앙일보

입력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검찰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방해 사건과 관련해 이병기(72)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 고위 관계자 9명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가능성도 열어뒀다.

대검찰청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은 28일 이 전 실장 등 9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현정택(71)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현기환(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60)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진철(65) 전 청와대 인사수석, 이근면(68) 전 인사혁신처장, 김영석(61) 전 해수부 장관, 윤학배(58) 전 해수부 차관, 조대환(63) 전 특조위 부위원장 등이다.

공무원 파견 안 하고, 예산 안 주고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1월 특조위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행적을 조사하기로 하자 인사혁신처를 통해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시켰다. 10개 부처 공무원 17명도 파견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이들이 5명의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들을 전원 사퇴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이헌 부위원장이 거부하자 ‘부위원장 교체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보고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현 전 정무수석은 이 부위원장에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를 제안했고, 이 부위원장은 사직 의사 표명 석달 후 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들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늘리지 않기로 임의로 정하고, 예산 미집행을 통해 특조위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킨 혐의도 받는다.

이번에 기소된 이들 중에는 이미 세월호 특조위 활동‧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들도 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민철기)는 지난해 6월 이 전 비서실장과 김 전 해수부 장관, 윤 전 해수부 차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안 전 경제수석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은 특조위 방해를 계획한 부분이며 이번 수사는 이러한 계획이 어떻게 실행됐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처분 예정”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관련 수석비서관들을 모두 조사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시 또는 공모했다는 진술이나 자료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기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신분에 비춰봤을 때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이번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피의자들과 함께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재원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은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1월 11일 출범한 특수단은 이날 200일을 맞았다. 특수단은 지난 2월 초동 조치에 실패해 세월호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11명의 해경 지휘부를 재판에 넘겼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서 부실 구조 작업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 건 김경일 전 목포 해경 123 정장이 유일하다. 특수단은 이후 특조위 조사 방해와 옛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변경했다. 특수단은 이번 기소를 계기로 특조위 조사 방해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일단락하고, 향후 다른 의혹과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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