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골프공 아니다" 이 문자가 송철호 측근 구속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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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연합뉴스]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캠프 선대본부장과 그에게 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울산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 28일 이들의 영장 심사 법정에서는 송 시장이 동석한 이른바 ‘골프공 만남’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송 시장 측은 자리에 있었던 건 맞지만 일찍 일어났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8일 오후 송 시장 캠프 선대본부장 출신 김모(65)씨와 울산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 장모(62)씨에 대해 구속영장심사를 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전날 김 전 본부장에게 사전뇌물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장 대표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이 장 대표로부터 2018년 2000만원, 올해 4월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총 5000만원의 종착역이 송 시장인 것으로 의심한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檢의 의심, 송철호 돈 받았나

이날 심사의 쟁점은 지난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를 불과 8일 앞둔 6월 5일 만남의 의미다.

검찰은 중고차 매매업자가 송 시장과 김 전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 경매장 부지를 자동차 판매장으로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청탁과 함께 골프공 박스 4개에 담은 현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송 시장 측은 동석한 것은 맞지만 돈을 전달 받을 틈 없이 바로 일어났고, 이후에도 만날 일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압수한 김씨 휴대폰에서 확보한 “보통 골프공이 아닌데 마음을 전달해 달라”는 장씨의 문자메시지를 토대로 수사를 벌여왔다. 이와 관련한 장씨의 금전거래 내역과 관련 진술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8년 울산 시장 선거 때 송철호 후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으로 일했다. 2017년 8월 송 시장 측 인사들이 지방선거에 대비해 꾸린 ‘공업탑 기획위원회’에도 참여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법[뉴스1]

서울중앙지법[뉴스1]

“보통 골프공 아냐” 문자 의미는

그러나 “보통 골프공이 아닌데 마음을 전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김 전 본부장 측은 나중에 온 이 문자메시지가 “돈이 송 시장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입장이다. 돈이 전달됐으면 굳이 ‘마음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했겠냐는 것이다. 또 선거를 코앞에 둔 바쁜 시기에 울산 시장 후보자가 중고차 업체 대표를 여러 번 만날 시간을 낼 여력도 없다고 강조한다.

송 시장에게까지 돈이 흘러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김 전 본부장의 혐의와도 직결된다. 김 전 본부장이 받고 있는 사전뇌물수수 혐의는 ‘공무원이 될 사람’이 부정 청탁과 함께 돈을 수수할 경우에 적용된다. 김 전 본부장에게 ‘공무원이 된 공범’인 송 시장이 있는 걸 전제로 적용한 혐의인 셈이다. 바꿔말해 송 시장이 돈을 받지 않았다면 김 전 본부장의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 전 본부장 측은 자신도 2000만원을 받은 적 없다는 주장이다. 김 전 본부장이 골프공 박스에 돈이 들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에 장씨가 굳이 ‘보통 골프공이 아니라’고 문자에 적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올해 송 시장 측으로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는 3000만원에 대해서는 김씨가 동생을 통해 장씨에게 빌린 것이고 주장한다. 2020년 4월 2일로 날짜가 적혀 있는 차용증엔 김씨가 장씨로부터 3000만원을 빌려 사용하고, 갚는 날(변제기일)은 빌린 날(차용일)로부터 1년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러 차례 출석 요구에도 김씨와 장씨가 계속 거부하자, 지난 25일 이들을 체포했고 48시간 이내인 지난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계속 소환에 불응했고 ▶금전거래 내역 등으로 혐의가 소명됐다는 점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한편 송 시장 측은 “선거와 관련해 부당한 돈을 받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올해 4월 김씨에게 건네진 것으로 알려진 3000만원에 대해서는 “김씨가 자신의 동생을 통해 장씨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고 개인 채무일 뿐”이라고 했다.

김수민·백경서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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