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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다 갖겠다는 윤호중 논리 "이승만 때도 그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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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양재동 더K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 앞에 선 건 당 대변인이 아니라 윤호중 사무총장이었다. 윤 총장은 취재진의 질문이 없었는데도 먼저 말문을 열곤, 21대 국회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강한 어조로 풀어놨다.

“현재 여야 의석은 단순 과반이 아니라 절대 과반이다.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국민의 뜻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갖고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全席)을 갖고 책임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 원리에 맞는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뉴스1]

윤 총장은 그 근거로 12대 국회(1985년) 이전의 관행을 들었다. “12대 국회까진 다수 지배 국회였다”면서다.

“13대 국회(1988년) 이후 여야 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눠 가지는 게 관행화됐다. 13대 이후 두 차례(※사실은 17, 18, 19대로 세 차례) 과반 정당이 나왔는데, 단순 과반이어서 일부 상임위가 여야 동수로 구성됐기 때문에 여야 합의 없이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해 상임위원장을 나눠갖고 국회를 합의제로 운영했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br><br>[뉴스1]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br><br>[뉴스1]

윤 총장은 이를 “그릇된 관행”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절대적 안정적 다수인데, 13~20대 국회 운영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결국 동물·식물국회가 되는 그릇된 관행을 뿌리뽑지 못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는 “12대 국회 이전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아니냐”는 질문에 “이승만·윤보선·장면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상임위원장을 나누는 관행은 여소야대 국회 또는 여당이 단순 과반일 때의 관행이지, 절대 다수당이 존재하는 상황의 관행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윤 총장의 이례적 브리핑은 “상임위원장을 의석수 비율에 따라 민주당 11개, 통합당 7개로 나누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전날(26일)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11 대 7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를 양해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177석 대 103석이란) 의석수 비율(에 따른 것)”라고 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과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수석 회동 결과를 밝히고 있다. [뉴스1]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과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수석 회동 결과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이후 김영진 원내수석이 이날 비공개 사전 최고위에서 “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협상 경과를 보고하자, 윤 총장을 비롯한 일부 참석자들이 김 원내수석을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고 한다. 이어진 공개 최고위에서도 “국민의 뜻·명령을 정확하게 헤아려서 야당과 대화를 하고 야당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에는 전 상임위원장을 상임위원회에서 선출할 수 있다는 각오로 대화를 하시라”(박광온 최고위원)는 주문이 나왔다.

통합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으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채우라고 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민주당이 30년 야당 할 때 주장했던 것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다 못 가져가는 것 아니냐”며 “야당에서 여당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이 달라지면 국회가 왜 필요하냐”고 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는 논평을 통해 “여당 지도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서두르거나 으름장 놓는 인상은 새 국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기싸움이 ‘상임위원장 여당 싹쓸이’로 번진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야당이 변화된 의석수를 인정하지 않고 법사위·예결위를 끝까지 고집하면 더는 협상이 어렵다는 당내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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