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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사기 당한 부동산펀드, 인감 도용 신탁사 직원…금융사고 급증

중앙일보

입력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지난해 3108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감원에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라임사태 등을 제외하고도 1년 전보다 140% 가량 급증한 금액이다. 사고 유형은 사기나 횡령·유용이 대표적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41건, 3108억원의 금융사고가 보고됐다고 26일 밝혔다. 금융사고 건수는 전년 대비 4.1%(5건) 감소했지만 금액은 139.8%(1812억원) 증가했다.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가 1건에서 6건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호주서 사기 당한 부동산 펀드, 회사 인감 도용한 신탁사 직원 

최근 5년간 금융사고 현황(*위) 및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 현황(아래). 금융감독원

최근 5년간 금융사고 현황(*위) 및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 현황(아래). 금융감독원

대형 금융사고는 사기(4건)와 배임(2건) 등으로 유발됐다. JB자산운용이 운용하고 KB증권에서 판매된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 'JB호주NDIS' 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내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호주 현지 장애인 주택임대사업자 LBA캐피탈이 당초 약속한 부동산 대신 다른 토지를 매입하고, 그 과정에서 대출서류를 허위로 위조한 사건이다. 드러난 금융사고 금액은 1232억원에 달한다.

아시아신탁의 한 직원이 회사의 오래된 법인인감을 도용해 부산의 한 분양형 호텔 투자자들에게 허위 자금관리 약정서를 작성해주고 투자금 508억원을 편취한 사건도 대형 금융사고에 이름을 올렸다. 성세환 전 BNK회장과 임직원들이 부산은행을 통해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 300억원대 대출을 제공하면서 담보물 설정 등을 생략한 채 허위로 여신심사서류를 작성한 사건도 포함됐다.

이밖에 모 보험사가 채권보전 등 사문서를 위조해 252억원 규모의 부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제공한 사건, 모 신탁사가 부동산 PF 관련 153억원 규모 허위 대출과 횡령에 휘말린 사건, 모 자산운용사가 부실채권 발생사에 1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알선해준 사건 등이 있다.

라임·DLF는 집계에서 빠져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역별 사고 건수로는 중소서민금융이 63건(44.7%)으로 가장 큰 비중을 보였으며, 사고 금액으로는 금융투자가 2027억원(65.2%)으로 타 권역을 압도했다. 지난해 총 41건, 542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보고한 은행권역은 전년 대비 사고 건수(7건)와 금액(83억원)이 모두 감소했다. 보험업권은 금융사고 건수(22건)에선 변화가 없었지만, 사고금액(282억원)은 전년 대비 225억원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권역별 금융사고 현황. 금융감독원

최근 5년간 권역별 금융사고 현황. 금융감독원

지난해 하반기에 줄곧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한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 등은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약 8000억원 규모로 판매돼 최대 원금 전액손실까지 일으킨 DLF 사태는 금감원 검사·제재 규정에 정의된 금융사고(횡령·사기·배임·절도·공갈·금품수수·사금융알선·금융실명법 위반·재산 국외도피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을 일으키고 뒤로는 각종 수재·배임·사기 투자 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라임사태는 금융사고의 전형이다. 하지만 아직 피해 금액을 확정하지 못해 금감원 보고 시점이 뒤로 늦춰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조서류를 이용한 대출 ·투자사기 예방을 위해 금융사에 거액 여신이나 투자에 대해선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이행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대형 금융사고가 증가하는 자산운용사·신탁사에는 내부감사협의제를 두고 금융회사 내부 고발자 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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