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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커플링에 맞선 중국의 전략…”서부로 가자(Go West)”

중앙일보

입력

중국은 향후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신시대 서부 대개발’을 추진해 그 난관을 돌파하려 한다. 사진은 중국 윈난성에서 진행중인 댐 건설 사업.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은 향후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신시대 서부 대개발’을 추진해 그 난관을 돌파하려 한다. 사진은 중국 윈난성에서 진행중인 댐 건설 사업. [중국 인민망 캡처]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말처럼 전면적이다. 미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중국의 대책은 뭘까. “서부로 가자(Go West)”는 구호가 중국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 “중국과 관계 끊을 수 있다” 위협에 #중국, 시진핑 ‘신시대 서부대개발’로 맞서 #쓰촨-티베트와 장강 연안 고속철 건설 #12개 성, 중국 전체 면적 71% 지역 망라 #5억~7억 중산층 겨냥 내수 진작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지난 2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내년부터 시작하는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2021~2025년)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하자 중국은 17일 ‘신시대 서부 대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끊어질 경우 서부 대개발을 통한 내수 진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하자 중국은 17일 ‘신시대 서부 대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끊어질 경우 서부 대개발을 통한 내수 진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고민은 날로 강화되는 미국의 적대적 행동에 맞서 중국의 발전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SCMP는 중국이 미국의 도움 없는 '투 트랙'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첨단 기술 개발을 미국이 아닌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와 함께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수 진작이며 여기서 핵심은 ‘서부 대개발’이다. 중국과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나온 지 3일만인 17일 중국 국무원은 ‘신시대 서부 대개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에 내수 진작으로 맞서려 한다. 그 내수 진작의 핵심에 지난 1999년에 이어 20여 년 만에 또 다시 전개되는 ‘신시대 서부 대개발’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에 내수 진작으로 맞서려 한다. 그 내수 진작의 핵심에 지난 1999년에 이어 20여 년 만에 또 다시 전개되는 ‘신시대 서부 대개발’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서부 대개발은 중국 역사에서 종종 등장한다. 1950년대 서쪽으로 나아가자는 바람이 일기도 했지만,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행동이 취해진 건 1999년에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에 의해 ‘서부 대개발 전략’이 확립되면서다.

중국 동부지역의 발전이 궤도에 오르자 여세를 몰아 서부 개발에 나선 것이다. 당시 4대 사업이 추진됐다. 서부의 전력과 가스를 동쪽으로 보내는 서전동송(西電東送)과 서기동수(西氣東輸), 칭하이(靑海)성과 티베트를 잇는 칭장(靑藏)철도는 기본적으로 완성됐다.

무역에서 코로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곳곳에서 충돌 중인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내수 진작을 통한 자체적인 경제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신시대 서부 대개발’ 계획이 국무원에 의해 발표됐다. [중국 신화망 캡처]

무역에서 코로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곳곳에서 충돌 중인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내수 진작을 통한 자체적인 경제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신시대 서부 대개발’ 계획이 국무원에 의해 발표됐다. [중국 신화망 캡처]

마지막으로 남쪽 장강(長江)의 물을 황하(黃河)로 보내는 남수북조(南水北調)는 아직 미완이다. 중국 국무원은 향후 미국과의 교류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신시대 서부 대개발’로 중국의 내수를 진작하며 난관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지난 21일 시진핑 시대의 ‘신시대 서부 대개발’은 두 개의 ‘대(大)’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환경 대보호’와 ‘경제 대개방’이 그것이다. 지난 4월 시 주석이 산시(陝西)성 등을 방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산시성의 친링자연보호구역을 방문해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환경 대보호’와 ‘경제 대개방’은 ‘신시대 서부 대개발’의 핵심적인 키워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산시성의 친링자연보호구역을 방문해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환경 대보호’와 ‘경제 대개방’은 ‘신시대 서부 대개발’의 핵심적인 키워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신시대 서부 대개발의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SCMP는 쓰촨(四川)성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철도와 장강 일대를 따라 달리는 고속철도, 여러 공항과 댐 건설, 각종 관개 사업 등이 서부 내륙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둬웨이는 이번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에 포함되는 곳이 12개 성·시·자치구와 3개 자치주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쓰촨, 산시, 깐쑤(甘肅), 칭하이, 윈난(云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광시(廣西), 신장(新疆), 티베트 외에 지린(吉林)성의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도 포함됐다.

중국의 ‘신시대 서부대개발’ 계획엔 중국의 12개 성, 시, 자치구와 3개의 자치주가 포함된다. 이들 지역은 중국 전체 면적의 71%를 넘는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신시대 서부대개발’ 계획엔 중국의 12개 성, 시, 자치구와 3개의 자치주가 포함된다. 이들 지역은 중국 전체 면적의 71%를 넘는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들 지역의 면적은 무려 685만 평방킬로미터로, 중국 국토의 71.4%를 차지한다. 그러나 인구는 중국 전체의 25%, GDP 총액은 20%밖에 되지 않아 발전 공간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특히 20여 년 만에 다시 시동을 거는 ‘신시대 서부 대개발’로 서부 지역을 발전시킬 경우 이들 지역이 시 주석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도)’ 대상 국가들과 연결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중국은 보고 있다.

무역에서 홍콩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인 공격이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정협과 전국인민대표대회) 행사가 21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다. [신화사=연합뉴스]

무역에서 홍콩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인 공격이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정협과 전국인민대표대회) 행사가 21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다. [신화사=연합뉴스]

중국은 ‘신시대 서부 대개발’과 함께 현재 5~7억 명에 이르는 중산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수만 잘 진작하면 미국의 거센 압박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이 같은 중국의 대미 항전 계획이 생각대로 효과를 볼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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