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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식 통계 적용하자, 소득격차 마술처럼 줄어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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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강신욱

2018년 8월,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의 갑작스러운 경질을 두고 ‘가계동향조사’ 통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해 1분기와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은 전년 대비 8%, 7.6%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에 반하는 결과였다.

새 표본집단 설정, 조사방식 바꿔 #2018년 이전 통계와 비교도 불가능 #전체 30% 넘는 1인 가구도 빠져 #통합당 “통계 무슨 의미가 있나”

강신욱 통계청장이 뒤를 이어 임명됐다. 가계동향의 표본집단과 조사 방식을 바꾸는 대대적 개편이 이뤄졌다. 약 7200가구를 전용 표본으로 새로 설정하고, 면접·설문이 아니라 가계부를 적도록 하는 형태로 조사 방식을 바꿨다. 소득과 지출을 따로 집계·발표하던 것도 통합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21일 통계청은 달라진 표본집단, 조사 방법을 적용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통계의 마법’이 통한 걸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벌이는 줄지 않았다. 강 청장은 “사업소득이 6.9% 증가했고, 공적이전소득이 기초연금 및 사회수혜금 등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으나 지난 분기 증가로 전환됐던 근로소득이 다시 감소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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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득 분배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냐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을 새 방식으로 비교하면 배율이 축소된다. 과거 조사 방식으로는 지난해 5분위 배율이 1분기 5.8배, 2분기 5.3배, 3분기 5.37배, 4분기 5.26배였다. 반면에 달라진 통계 기준으로는 지난해 1분기 5.18배, 2분기 4.58배, 3분기 4.66배, 4분기 4.64배로 크게 개선됐다. 5배 이상 벌어졌던 격차가 4배로 좁혀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조사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 2018년 이전 통계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통계의 주요 목적이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을 추적하는 것인데, 이런 이유로 가계동향조사가 ‘반쪽 통계’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 당선인은 “큰돈을 들여 가계동향조사를 개편해 실시하면서 1인 가구를 포함하지 않았다”며 “전체 가구의 30%를 넘는 1인 가구를 뺀 통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국내 1인 가구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령층·청년층 비중이 높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조사 방식 그 자체에 의해 낮아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기존의 조사 방식대로 나왔던 소득 5분위 배율은 기존의 시계열의 흐름대로 해석하는 게 맞고 2019년에 두 가지의 수치가 있다고 해서 ‘더 낮은 수치가 사실이다’ ‘더 높은 수치가 현실이다’고 해석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세종=조현숙·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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