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봉현·이종필 '라임 부실' 보도 막으려 '전방위 로비'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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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펀드 부실 의혹’ 기사 보도를 막기 위해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실제 로비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라임 펀드 부실을 숨기기 위해 마지막까지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총력을 기울였던 정황을 확보했다.

김봉현, “기자 만나보라”며 3000만원 건네 

21일 검찰 등 수사기관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당시 동업자 A씨에게 운전기사를 통해 1000만원을 전달하며 “라임 펀드에 관해 부실 의혹을 취재하는 기자를 만나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면 돈을 써서라도 보도를 막아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다음 날에도 김 회장은 A씨에게 1000만원을 추가로 보내는 등 약 3000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 하지만 A씨는 “기자에게 직접 로비를 하면 역효과가 난다”며 김 회장의 청탁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전 부사장도 ‘라임 부실’ 기사 보도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는 게 측근들의 진술이다. 한 사건 관계자는 “이 전 부사장은 ‘기사가 보도 안될 수만 있다면 몇억원을 쓰는 것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라임이 ‘돌려막기식’으로 펀드 손실을 막으며 부실을 감추고 있다는 내용이 한 경제지를 통해 보도됐고, 결국 라임의 부실 운영과 비리 의혹이 알려졌다. 이후 라임이 운영한 펀드의 ‘펀드런’(대규모 환매 사태)이 발생했다. 추가 부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현재까지 추산한 환매 중단 피해액만 1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종필, 라임에 줄 대려던 사람들에게 SOS”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언론 보도까지 막으려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있는 만큼,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라임 구명’ 활동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았던 한 상장사 관계자는 “라임이 몸집이 커졌을 때는 이 전 부사장과 같은 라임 수뇌부에 여러 정·관계 인사들이 줄 한 번 대보려고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라임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반대로 그 때 ‘줄을 섰던’ 인사들에게 이 전 부사장이 접촉했는데, 연락을 피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회장을 두고 “어마무시한 로비”하는 “라임 살릴 회장님”이라고 언급한 대신증권 전 반포WM센터장 장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장 전 센터장은 자신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라임 피해자와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며 라임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을 최초로 알린 인물이 됐다. 그는 라임 펀드를 판매하며 펀드 가입자들에게 수익률이나 손실 가능성을 거짓으로 알리고 펀드 가입을 유도해 총 2480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라임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정철 변호사는 “장 전 센터장은 단순히 펀드를 판매한 게 아니라 라임 펀드의 설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남부지검, 김봉현 잡고 ‘라임 수사’ 속도  

김 회장이 연루된 ‘수원여객 241억원 횡령 사건’은 지난 19일 재판으로 넘겨져 상황이 일단락됐다. 검찰은 김 회장이 주도한 무자본 인수합병(M&A) 피해 사건과 재향군인회(향군)상조회 횡령 사건도 본격적으로 파헤칠 전망이다. 검찰은 구속한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 그 측근들의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과정을 파악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횡령 자금들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과 거래했던 사채업자들을 소환 조사해 현금화한 횡령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파악 중이다.

한편 이날 오전 ‘라임 사태 대신증권 피해자모임’은 남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장 전 센터장뿐 아니라 대신증권 책임자들도 처벌해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라임 사태는 장 전 센터장 개인의 일부 불법 행위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이라며 “검찰에 각종 불법 행위를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판매사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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