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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적법했나···文정부 변호사 "옳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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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 참석,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 참석,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시대'의 재판은 이런 모습일까. 20일 대법원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여파로 변론에 참여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왔다.

원고와 피고 측 변호사, 재판에 나온 참고인들은 유리벽에 둘러싸인 연단에서 의견을 밝혔다. 마스크를 쓴 방청객들은 한 칸씩 띄어앉아 거리를 뒀다. 모두 코로나의 감염 경로인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날 재판에선 코로나19가 바꾼 법원의 신풍경들이 모두 공개됐다.

전교조 측을 대리하는 신인수 변호사가 20일 대법정에 유리막으로 가려진 변호인석에 변론을 하고 있다. [대법원 유튜브]

전교조 측을 대리하는 신인수 변호사가 20일 대법정에 유리막으로 가려진 변호인석에 변론을 하고 있다. [대법원 유튜브]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이란 무엇 

이날 원고인 전교조 측과 피고인 고용노동부 측이 다툰 쟁점은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냐는 것이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문재인 정부를 대리하는 변호사들도 박근혜 정부의 결정이 옳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6만여명의 조합원을 둔 전교조는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처분을 받았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 유죄 판결로 해직된 전직 교원 9명의 조합원 지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법은 교원노조의 경우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박근혜 정부는 해당 조항을 어긴 노조는 정부의 시정조치를 따라야 하는 교원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전교조에 9명 조합원 배제를 요구했다. 전교조가 거부하자 법외노조 처분을 했다. 전교조 측은 "6만명의 조합원을 둔 전교조가 단 9명의 해직 조합원 때문에 법외노조가 된 것은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 주장한다.

20일 대법원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의 기자회견(왼쪽)과 합법화 반대를 촉구하는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뉴스1]

20일 대법원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의 기자회견(왼쪽)과 합법화 반대를 촉구하는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뉴스1]

전교조는 2013년 법원에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2016년 1월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전교조가 교원이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것이 분명하다. 고용노동부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4년여가「 흐른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전교조 사건을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올렸다. 김선수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전교조를 대리해 이번 전원합의체 재판엔 참여하지 않는다.

전교조 사건의 쟁점 다툼  

전교조 측 대리인이 대법원 변론 중 제시한 교사 파업 사진. [대법원 유튜브]

전교조 측 대리인이 대법원 변론 중 제시한 교사 파업 사진. [대법원 유튜브]

양측은 이날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였다. 전교조 측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치는 법률에 의거해야 한다"며 시행령을 근거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사정권에서도 법률로 노조의 권리를 박탈했는데 민주화 이후에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노조를 해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를 대리한 판사 출신 신인수 변호사는 "선진국과 같은 파업은 꿈도 꾸지 않는다. 단결할 권리만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 측에선 "전교조가 법을 지키면 언제든 노조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복잡한 사안이 아님을 강조했다. 유죄 판결로 교원 자격을 잃은 9명의 조합원이 전교조에서 나간다면 전교조는 언제든 합법 노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측은 "끝내 법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법 위반을 방관해야 하느냐"며 "전교조에게 법률 준수를 촉구하는 것"이라 반박했다. 정부 측 변호사는 "전교조는 550만 학생과 1000만 학부모에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변론이 유튜브에서 생중계되자 SNS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 격론을 벌이는 모습. [대법원 유튜브]

이날 공개변론이 유튜브에서 생중계되자 SNS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 격론을 벌이는 모습. [대법원 유튜브]

SNS 생중계, 최장 공개변론 갱신  

이날 공개변론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네이버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법정 내 변호인은 물론 SNS를 통해 재판을 지켜본 수백여명의 시청자들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처분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공개변론 시간도 4시간을 넘기며 역대 최장 공개변론 기록을 갱신했다. 이전까진 2018년 9월의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3시간 45분)이 가장 길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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