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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만의 등교… 온양여고 학생들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

중앙일보

입력

20일 오전 8시 충남 아산시 용화동 온양여고. 김지철 충남교육감과 김미애 온양여고 교장이 환한 얼굴로 학생들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개학이 늦어진 뒤 처음으로 학교에 나오는 날로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20일 오전 충남 아산 온양여고 3학년 학생들이 김지철 충남교육감과 김미애 교장의 환영을 받으며 등교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일 오전 충남 아산 온양여고 3학년 학생들이 김지철 충남교육감과 김미애 교장의 환영을 받으며 등교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학생들은 정문에서부터 코로나19의 여파를 실감해야 했다. 정문부터는 일렬로 학교 건물까지 이동해야 했다. 교사들은 “일렬로 줄을 서고 2m 간격을 유지해서 이동해주세요”라고 안내했다. 종종걸음으로 들어오던 학생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속속 건물 쪽으로 이동했다.

20일 등교개학, 김지철 교육감 현장 찾아 '주먹'인사 #학생들 마스크 쓰고 일렬로 줄 지어 교실 이동 #포옹·악수 대신 마스크 쓰고 서로 인사

정문 안쪽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던 김지철 교육감은 “반가워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라며 학생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김 교육감이 주먹 인사를 건네자 한 학생은 배꼽 인사를 한 뒤 주먹을 부딪치며 환하게 웃었다.

본관 건물로 들어서기 전 학생들은 길게 줄을 서서 발열 체크를 했다. 여기서도 2m 간격을 유지하도록 교사들이 나와서 지도했다. 오전 7시쯤부터 출근한 교사와 교직원도 의무적으로 발열 체크를 한 뒤 건물로 들어갔다고 한다.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 3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서 등교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 3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서 등교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학생들은 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착용한 뒤 학교에 들어올 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교실에 들어간 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반가운 포옹이나 악수는 엄두도 못 냈다. 모든 대화는 마스크 속에서만 가능했다. 한 여학생은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나와서 선생님과 친구를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오전 8시40분 3학년 11개 교실에 담임교사와 307명의 학생이 모두 들어서자 개학식이 시작됐다. 원래대로라면 강당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모여 치르던 행사였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게 변했다. 개학식은 방송을 통해 진행했다. 국민의례에 이어 김지철 교육감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김 교육감은 “코로나로 인해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겠지만 불편해도 잘 참아달라”며 “방역과 등교를 위해 준비해준 교사·교직원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리며 학생들도 수능 때까지 잘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20일 오전 8시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 3학년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진호 기자

20일 오전 8시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 3학년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진호 기자

애초 계획보다 80여일 늦게 개학한 학생들은 이날 처음 담임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을 봤다. 이미 온라인 수업을 통해 담임 교사와 친구가 누구인지는 알았지만 직접 보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없어서인지 교실에서는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3학년 2반 교실에선 권구영 교사가 자신을 소개하며 미스코리아 포즈를 취해 학생들이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의 심리적 방역이 중요한 만큼 등교개학의 의미가 남다르다”며 ’오늘 개학은 또 다른 시작으로 교사와 학생들을 서로를 믿고 학교 현장을 잘 지켜달라”고 말했다.

온앙여고 운영위원회 등 학부모들도 이날 학교를 찾아 방역과 수업 준비상황 등을 지켜봤다. 이들은 김지철 교육감에게 “준비를 잘 해줘서 안심된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에서 김지철 충남교육감(오른쪽)이 교사들에게 이날 등교한 학생들의 지도를 당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에서 김지철 충남교육감(오른쪽)이 교사들에게 이날 등교한 학생들의 지도를 당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전날 기숙사에 들어온 60여명의 학생은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집에서 다니는 학생들과 달리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데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하교 이후 불필요한 약속과 만남 금지, 다중 이용시설 출입 금지 등도 당부했다.

이날 충남에서는 117개 고등학교에서 1만8700명의 고3 학생이 등교했다. 학생 수가 60명 미만인 초·중학교 가운데 32개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등교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도 이날 오전 8시 두루고를 찾아 등교하는 학생과 교사·교직원을 격려하고 철저한 방역과 정상적인 수업 활동을 당부했다. 세종에서는 20개 학교에서 3017명의 고3 학생이 등교했다.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 3학년 1반 학생들이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온양여고 3학년 1반 학생들이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신진호 기자

등교한 학생들은 당장 21일 치러지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준비에 들어갔다. 고3 학생들이 치르는 이번 평가는 교실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지는 첫 번째 평가다. 시험은 국어와 수학·영어·한국사·탐구 등 5개 영역이다.

아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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