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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15억→17억→16억’ 들쑥날쑥 정대협 박물관 모금액 왜?

중앙일보

입력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은 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의 숙원 사업이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박물관 건립은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의 쌈짓돈에서 출발했다. 2003년 12월 할머니들이 생활 지원금까지 쪼개가며 10만원~300만원의 ‘주춧돌 기금’을 정대협에 기부했다. 이후 정대협은 전국민 모금 운동을 벌였고, 2012년 서울 성산동에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현재 정의연의 부동산 자산이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중앙포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중앙포토

하지만 중앙일보가 당시 모금 상황을 살펴보니, 정대협 측이 밝힌 모금액은 시간이 지나면서 들쑥날쑥 변하는 등 '엉터리' 공지였다.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등은 ‘억 단위’로 뭉뚱그려 금액을 밝혔다.

정대협은 2009년 3월 9일 박물관 부지였던 서대문 독립공원 인근에서 열린 착공식을 앞두고 “현재까지 17억원 정도를 모금했다”며 “목표액의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착공식에 참여한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도 축사에서 이를 근거로 “민간이 17억원을 모았는데 (이명박) 정부도 염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착공식 당일에만 국내에서 1700만원, 일본에서 2000만원의 성금이 모였고, 김복동 할머니는 한달 뒤 “조금씩 매달 모은 돈”이라며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착공 1주년을 맞이한 2010년 3월, 정대협은 보도자료를 내고 총 모금액을 15억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윤미향 대표도 언론에 “기업 도움 없이 개인 기부만으로 15억원을 모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1년 만에 모금액이 외려 2억원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한달 뒤 정대협이 밝힌 모금액수는 또 달라졌다. 그해 4월 ‘1만인 건립위원 참여 캠페인’ 발대식을 연 정대협은 “개인·단체 등 17억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연합뉴스

그로부터 1년 2개월 뒤, 정대협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는데 이번엔 “현재 16억 원이 약간 넘는 성금이 모였다”고 했다. 3년 사이에 박물관 기부 모금액이 17억(2009년 3월)→15억(2010년 3월)→17억(2010년 4월)→16억(2011년 6월)으로 바뀐 것이다. 정대협은 그해 비용 문제로 무산된 서대문공원 부지 대신, 서울 성산동의 2층 주택을 매입(거래가액 15억원)했다. 정대협은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지원한 5억 원을 인테리어 등 박물관 개조 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금인 것을 감안하면 내역 공개가 매우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모금”이라며 “정상적인 단체라면 박물관이 건립된 뒤 정확한 모금액과 건물 매입비, 인테리어 비용, 초기 운영비 등 지출 비용을 밝혀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향후 내역 조사에 따라 회계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발견되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는 “모금액 일부를 인건비나 행사비 등으로 썼다고 해도 공지된 금액 변동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1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관계자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9년 전 자료라 모금액 및 지출 내역을 곧바로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의 일이라 증명 자료가 남아 있는지 살펴봐야 하지만, 향후 외부기관의 회계감사를 받아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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