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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비싸 안성 갔다더니···명성교회 15억 쉼터 쏙 뺀 정의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위안부 쉼터 후원금을 지정 기탁받을 당시 이미 서울 소재 쉼터 사용권을 확보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대협과 2018년 7월 통합 출범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 17일 고가 매입 논란이 불거진 안성 쉼터에 대해 해명하면서도 정대협이 명성교회로부터 기부받은 쉼터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안성 쉼터 구입과 관련한 또다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설명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2년 서울명성교회로부터 기증받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 박현주 기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2년 서울명성교회로부터 기증받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 박현주 기자

명성교회, 14억 7500만원 쉼터 기부 

이 쉼터는 정대협이 2012년 1월 서울 명성교회로부터 사용권을 기부받은 14억 7500만원 상당의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소재 장소다. 같은해 8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또다시 10억원을 기탁받은 정대협은 이듬해 9월 7억 5000만원을 들여 경기도 안성에 두번째 쉼터를 조성했다.

정대협은 2003년 12월부터 세 들어 살던 위안부 쉼터가 2011년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철거 통지까지 받게 되자 자체 쉼터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정대협이 2011년 개관한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일대를 주로 물색해왔다.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명성교회는 기부약정 두 달만인 2012년 3월 교회 명의로 14억 7500만원에 연남동 단독주택을 매입한다. 이 주택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지면적 315㎡(95평)에 건축 면적이 210.58㎡(64평)가량 되는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주택이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할머니들을 고려해 엘리베이터 설치 등 내부 공사비로 명성교회가 1억원을 더 지출했다. 6월부터 내부 공사가 시작됐고 같은 해 10월 22일 고(故)김복동ㆍ이순덕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 등 세 명이 입소했다. 연남동 쉼터는 안성 쉼터보다 부지(800㎡, 242평) 면적은 적지만 건물(195.98㎡, 59평) 면적이 비슷하다.

교회 관계자 “정대협이 건물 확인하고 알아와”

당시 쉼터 기부에 관여한 명성교회 관계자는 “위안부 할머니 세 분이 편하게 사실 곳이 없어서 정식으로 (정대협에서) 우리 측에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정대협과 교회가 같이 집을 확인하고 알아본뒤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대협에서 먼저 요청을 했지만, 교회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소유권은 명성교회가 갖고,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쉼터 마련부터 건물 매입까지 정대협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나선 것이다. 쉼터는 연남동 소재지만 성산동 박물관과는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연은 17일 안성 쉼터에 대한 해명에서 명성교회로부터 사용권을 기부받은 쉼터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정의연은 “건물 매입을 위해 박물관 인근의 주택을 알아봤으나, (현대중공업이 기부한) 10억 예산으로 구입할 수 없었다”며 “모금회도 사업이 서울지역에만 국한하지 않으며 계속 진행되기를 희망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정 기탁 당시만 해도 쉼터가 박물관 인근에 마련될 예정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대협이 얼마 뒤 서울이 아닌 안성에 쉼터가 마련될 것이란 통보를 해 왔다고 현대중공업 측은 전했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전경. 채혜선 기자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전경. 채혜선 기자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성 쉼터를 구매한 걸 정당화하기 위해 명성교회의 쉼터 사용권 기부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반면 공익법인 모니터링 단체 관계자는 “연남동 쉼터는 정대협이 사용권만 있고, 안성 쉼터는 소유권까지 정대협이 갖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서 “명성교회가 소유권까지는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정대협이 자체 쉼터를 조성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18일 “2011년 김복동 할머니가 정몽준 전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요청한 쉼터 이전이 지체되면서 안정적인 쉼터 공간 마련이 급박한 상황에서 명성교회에 지원요청을 했다”면서 “정대협은 마포에 쉼터가 마련됐지만 현대중공업을 통해 모금회가 사업을 꼭 추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에 정대협은 2012년 5월 피해자들의 치유와 쉼, 네트워크 등으로 변경하여 모금회를 통해 (10억원을) 기부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현주·위문희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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