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ㆍ한국 “합당추진” 합의…‘원유철 독자노선’ 불씨는 아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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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을 추진하기로 14일 공식 합의했다. 양당은 합당을 위한 수임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통합당 대표대행을 맡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 후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합의소식을 전했다. 원 대표는 “합당 논의 기구를 구성해 조속하게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20대 국회 회기 내 폐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임 기구에는 각 당에서 2명씩 참여한다. 통합당은 곧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합당을 결의한다. 미래한국당은 오는 19일 전당대회를 거쳐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을 의결할 예정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조건부 합당을 발표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조건부 합당을 발표했다. 오종택 기자

브리핑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합당 시기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조속한’으로 정했다. (원 대표 임기 종료일인) 5월 29일 전에 하느냐 마느냐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후 질문은 원 대표에게 집중됐다.

오늘 합당 합의 배경은.
“양당은 형제정당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선출되면 합당 방식과 시기, 절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한 만큼 오늘 만나 논의한 것이다.”
원 대표 임기 연장이 필요한가.  
“양당 간 협의할 게 있다. 제가 당 대표지만 미래한국당 구성원의 총의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
5월 내 합당도 가능한가.
“하하하.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대표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냐.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합당이 성사되면 의석수는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인(84명)과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인(19명)을 합쳐 103석이 된다.

서로 자리를 권하는 주호영(왼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중앙포토]

서로 자리를 권하는 주호영(왼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중앙포토]

하지만 정치권에선 미래한국당의 ‘독자 노선’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래한국당이 외부에서 무소속 의원을 영입하거나 국민의당(3석)과 연대한다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가 합당의 전제 조건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주 원내대표는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반면 원 대표는 “그런 악법은 폐지돼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다음 선거는 4년 후인데 그걸(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옵션으로 거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은 20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5월 29일)까지 합당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전당대회를 개최해 원 대표의 임기 연장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미래한국당은 15일 당선인 간담회를 연다.

익명을 원한 통합당 관계자는 “미래한국당 쪽에서 '통합당과 당선인 연찬회를 같이 해야 하느냐'는 등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며 “혹시나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어 미래한국당 당선인을 개별 접촉해 합당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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