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난 정치인 아니다" 부장검사들에 대뜸 말한 추미애,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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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 계시는 검사님들과 같은 관료입니다.”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도권 지역의 검찰청 형사부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날 저녁 식사는 오후 6시 50분부터 9시 20분까지 서울 서초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이뤄졌다. 추 장관은 “나는 더 이상 정치인이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가 대뜸 부장급 검사들을 초청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뭘까.

24년만에 '의원 배지' 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br〉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br〉

일단 추 장관은 말 그대로 더 이상 정치인이 아니게 된다. 그는 오는 29일자로 24년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다. 5선 의원에 당 대표를 지낸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에도 ‘정치인’으로의 면모를 보여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1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간부들을 지방으로 좌천시킨 ‘인사 학살’을 시작으로 그는 윤 총장과 갈등을 빚었다.

검찰에 대한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둘러싼 대검 간부들의 ‘상갓집 파동’과 관련해선 “장삼이사도 안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입장을 냈다. 검찰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한 직후엔 “날치기 기소“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검사 동일체’ 원칙을 강조한 이후 추 장관은 신임 검사들을 만나 “검사 동일체 원칙이 사라졌으니 상명하복 문화를 박차고 나가라”고도 말했다.

윤과 갈등→검찰 개혁 집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그런 추 장관이 최근에는 장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법무부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국회의원 신분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소회와 함께 법무부 장관으로서 갈 길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추 장관 본인도 정치인으로서 만들어온 저돌적인 ‘추다르크’ 이미지로 인해 검사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검사들과의 소통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게 법무부 측 얘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이제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검찰 개혁’ 과제를 이뤄내는데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일선 검찰청에서 최선임이 맡는 형사부장들을 초청한 것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곧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함과 동시에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한 만찬 참석자는 “검찰 개혁을 앞두고 추 장관이 중간 간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며 “식사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체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오해살 수 있는 행보" 지적도

지난달에도 추 장관은 수도권 지역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들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일선 검사들과 소통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추 장관의 이런 행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만찬 직후 추 장관이 주요 권력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 간부들을 부른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추 장관이 본인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도 이번 만찬 초청 대상에 포함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동부지검과 채널A와 검사장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등의 경우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형사1부장이 아닌 차석 부장 등이 대신 참석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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