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혐의 다 인정한다"던 n번방 공무원, 돌연 "동의하에 찍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3월 검찰로 송치되던 모습. 강정현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3월 검찰로 송치되던 모습. 강정현 기자

아동·청소년 성관계 영상 촬영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전 공무원 A씨가 자백을 번복했다.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며 법정 전략을 바꾼 것이다.

A씨의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이현우 부장판사)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A씨가 촬영한 일부 성관계 영상에 대해 "상호 동의하에 찍었다""굉장히 멀리서 찍어 아청 음란물로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일부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1차 공판에서 전임 변호인이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한다"던 주장은 무효가 됐다.

자백 번복하면서 반성문 7번 제출 

A씨가 혐의를 부인하며 A씨에게 피해를 입은 10대 여성 B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재판부가 해당 혐의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을 해야 한다.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는 출석 시 법원의 보호를 받고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날 A씨의 입장 변화로 재판장은 "종전에 자백하고 모든 증거에 동의한다는 종전 변호인의 의견서는 채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A씨는 다만 무죄 전략을 취하면서도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재판부에 일곱 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했다. A씨는 조주빈(25)이 연루된 n번방 사건의 '회원 모집책' 역할을 한 공범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A씨가 엄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형량이라도 조금 줄여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 '갓갓'이 12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연합뉴스]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 '갓갓'이 12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연합뉴스]

답답함 드러낸 재판장 "구속 두 달밖에 안남아"

A씨의 변호인 교체에 이날 재판장은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변호인이 바뀌고 재판 날짜도 바뀌며 피고인 구속기한이 두 달밖에 안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하면 재판을 거의 매주 해야할 판이다. 검찰은 증인을 신청하라"고 말했다. 지난 1월 구속된 A씨의 1심 구속기한(6개월)내에 재판을 마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구속기한이 만료되면 재판부는 A씨를 선고 전까지 풀어줘야 한다.

A씨는 ▶미성년과 성관계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미성년 여성에게 음란물 제작과 성매매를 요구하고 ▶아청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구속됐다. 이후 경찰과 검찰은 조주빈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A씨가 박사방의 유료회원 모집책 역할을 맡은 혐의를 포착해 추가 수사 중이다. A씨에게 현재 적용된 혐의는 n번방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들이다.

A씨는 지난 11일 파면돼 무직 상태다. 해당 지자체는 지난달 인사위원회를 열고 "반사회적, 반인권적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해서는 법령에서 정한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A씨의 공무원 신분을 박탈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