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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하면 쇼팽·푸치니곡…빛에 멜로디 입힌 조명 ‘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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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침실 스탠드 조명 벨라를 협업한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 세계적인 인테리어·제품 디자이너로 루이 비통, 바카라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경험이 있다. [사진 라문 코리아]

고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침실 스탠드 조명 벨라를 협업한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 세계적인 인테리어·제품 디자이너로 루이 비통, 바카라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경험이 있다. [사진 라문 코리아]

디자인 협업의 시대다. 한 브랜드 또는 디자이너 개인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를 모두 쫓을 순 없다. 특히 젊은 세대는 개성과 취향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려면 때때로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정재우 교수는 “패션뿐 아니라 자동차·휴대폰·가구 등 디자인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속도의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냉장고·자동차·가구 등 베이비부머 세대는 제품을 한 번 사면 일정 기간은 써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겐 기능보다 디자인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브랜드들은 젊은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사외 다양한 창작자들과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세계적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 #멘디니가 만든 브랜드 라문과 협업 #“딸을 위한 밤의 수호물로 디자인”

이탈리아 디자인계 대부인 고 알레산드로 멘디니(1931~2019)가 만든 라문(RAMUN)도 조명 분야 협업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디자이너, 예술가, 건축가가 함께 침실 및 협탁용 조명을 만드는 ‘세븐 스타 프로젝트(7 Stars Project)’가 그 상징. 2013년 멘디니가 직접 디자인한 ‘깜빠넬로’가 첫 번째 제품이다.

최근 두 번째 제품인 ‘벨라’가 출시됐다. 협업 파트너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인테리어·제품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다. 고대의 판타지적 요소를 정제된 스타일로 현대 공간에 접목해온 디자이너로 ‘몬드리안 사우스 비치 호텔’ ‘카메하 호텔’ 등의 인테리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벨라는 빛과 멜로디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제품”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조명”이라고 소개했다.

침대 옆 테이블이나 식탁, 호텔 레스토랑이나 로비 등에 배치했을 때 부드러운 색조의 빛으로 공간을 채우는 벨라는 바흐·쇼팽·푸치니·파헬벨 등이 작곡한 10가지 클래식 멜로디와 스위스 오르골 명인의 ‘생일축하’ 노래 멜로디를 탑재했다. 반더스는 사랑하는 딸 조이를 위한 수호물로 램프를 디자인하면서, 바닥에 네덜란드어로 “항상 당신이 기대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겠습니다”라는 문구도 적어 놨다.

고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한국의 송방웅 나전칠기 장인이 협업한 ‘아물레또 펄’ 램프. 반짝이는 자개로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

고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한국의 송방웅 나전칠기 장인이 협업한 ‘아물레또 펄’ 램프. 반짝이는 자개로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

멘디니는 생전 자신의 철학을 가장 완벽하게 담은 대표작 3개를 꼽아달란 요청에, ‘프루스트 체어’ ‘그로닝거 뮤지엄’과 함께 LED 조명 ‘아물레또 램프’(왼쪽 아래사진)를 들었다. ‘아물레또 램프’는 멘디니가 책을 보기 시작한 어린 손자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태양·달·지구를 상징하는 3개의 원을 하나의 축에 유기적으로 연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아물레또는 이탈리아 외무부와 문화유산부가 주관하는 ‘이탈리아 대표 디자인’으로 선정됐고, 현재 독일 뮌헨 피나코텍 국제 현대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디자인 뮤지엄에 영구 소장품으로 전시·판매되고 있다.

시력 보호와 관련, 안과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으로 국내에선 ‘스카이캐슬 스탠드’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해 2월 멘디니가 세상을 떠난 뒤, 17개의 한정판 ‘아물레또 펄’도 출시됐다. 국내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보유자인 송방웅(80) 장인, 그리고 그의 제자 양준형 장인과 협업해 반짝이는 별자리를 수놓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작은 나전칠기 함을 소장했었다는 멘디니는 “최첨단 기술과 한국 전통 나전칠기 공예를 결합해보자”고 송 장인과 수년간 만나 대화하며 아물레또 펄을 디자인했다. 네덜란드 그로닝거 뮤지엄에서 첫선을 보인 아물레또 펄은 현재 독일 모던피나코텍, 중국 칭화대 아트뮤지엄에 영구 소장품으로 전시됐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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