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집단발병 원인 오리무중…클럽 방문한 외국인 1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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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번 집단발병의 최초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태원 쇼크 엿새째 수퍼전파자 확인 못 해 #클럽 방문 5517명 중 3000여 명 불통 #누적확진자 86명, 13일까지 관련 발병 많을 듯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클럽 확진자들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방문 클럽과 날짜가 다르다”며 “1명, 또는 1~2명이 이번 유행을 전파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어느 정도 커뮤니티 내에서 그런 감염이 소수 있었고, 그게 연휴기간 문을 연 클럽을 통해 증폭됐다고 판단한다”며 “단 어느 정도의 감염원이 초기 있었는지는 아직 특정하기 어려워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용인 66번 환자가 '수퍼전파자'일까  

현재까지 이태원 집단 발병의 지표환자로 알려진 이는 용인 66번 환자(29세 남성)다. 방역당국 역학조사 결과, 아직 이 환자보다 코로나19 증상 발병일이 빠른 경우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도 있을 수 있어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는 게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용인 66번 환자가 수퍼전파자라면, 이후 감염의 연결고리가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66번 환자는 2일 이태원 클럽에 동행한 지인과 직장동료에게서만 코로나19 감염 고리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66번 환자의 2주간 동선 조사에서 추가 양성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66번 환자 외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다른 환자들도 2일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도 단일한 공통 감염원 또는 1명에 의한 전파보다 산발적인 별도의 연결 고리들이 있을 것으로 방역당국이 보는 이유다.
정 본부장은 “2일과 5일 이태원 주요 5~6개 클럽 방문자가 가장 많고, 2일 (코로나19에) 노출돼 감염된 분이 5일에 가서 전파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그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감염 전파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세.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세.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태원 클럽 방문 외국인 100명  

수퍼전파자가 특정되지 않은 건 방역 면에선 큰 장애물이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 발병 때는 '31번 환자'가 수퍼전파자로 명확했고, 이후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도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은 표적을 모른 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현재까지 명부를 통해 파악한 지난달 말~5월 6일 이태원 클럽 방문자 숫자만 5517명이다. 이 중 2456명과 접촉자를 합쳐 3077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마쳤지만, 나머지 3000여 명은 연락이 닿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클럽 방문자의 카드사용 정보를 통해 방문자를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기간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외국인도 최소 100여 명으로 파악됐다. 당초 28명 정도가 확인됐다가 100여 명으로 늘었다. 정 본부장은 “100여 명에 대해선 계속 연락을 취하고 검사도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태원 지역 특성상 클럽을 방문한 외국인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가 해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만큼 해외에서 유입된 외국인이 감염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처음 발병한 용인 66번 환자와 다른 확진자에 대해 바이러스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이런 분석 결과를 통해 바이러스가 어느 유행과 좀 근접성이 있는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1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서울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1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이태원클럽 누적 확진자 86명 

한편 이날 정오 12시까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86명이다. 지역별로 서울 51명, 경기 21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이다.
감염경로별로는 이태원 클럽을 방문해 확진된 경우가 63명, 가족·지인·동료 등 접촉자에서 발생한 2차 감염이 23명이다.
86명 중 78명이 남자고, 여자는 8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58명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18명이다. 40대, 50대는 각각 3명이고 60세 이상이 1명이다.
무증상 상태로 확진된 사례는 30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34.8%를 차지한다.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23명 중 약 40%인 9명이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증상이 발병하기 전에 먼저 검사로 초기에 발견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더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정 본부장은 2차, 3차 전파로 인한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태원 유흥시설이 대부분 2일부터 6일 사이에 운영됐고 이때 노출자에서 확진자가 많은 상황”이라면서다. 따라서 “평균 잠복기를 고려하면 7일부터 13일 사이 이번주에 발병이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유흥시설을 방문한 이들은 오늘, 내일 신속한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특히 가족이나 본인이 속한 집단에서 2명 이상의 의심증상이 발생할 경우에 검사를 받을 것”을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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