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포항 새 대형여객선 선정 언제쯤…석달째 진전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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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과 포항을 오가는 썬플라워호. 연합뉴스

경북 울릉과 포항을 오가는 썬플라워호. 연합뉴스

 “여객선으로 결정된 만큼 하루 빨리 새 선박을 건조해야 한다.” (울릉군, 울릉도 대형여객선 조속한 추진을 위한 협의회)

“여객전용”vs“화물겸용” 의견 갈리면서 #울릉군-경북도 간 실시협약 제자리걸음 #2022년 취항목표 여객선 건조 차질 우려

 “사람과 화물을 같이 실을 수 있는 선박으로 다시 정해야 한다.” (남진복 경북도의원, 울릉군 여객선 비상대책위원회)

 경북 울릉군과 포항시를 오가는 대형여객선의 재취항을 놓고 울릉주민 간 갈등이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대형여객선 형태를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주민 사이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사업은 아직 한 발도 떼지 못했다.

 기존에 운영되던 썬플라워호(2394t, 정원 920명)는 지난 2월 말 운항을 중단했다. 선령 25년이 거의 다 찼고 임대차 계약기간도 끝나서다. 현재 울릉과 포항을 오가는 선박은 대저해운의 썬라이즈호(388t, 정원 442명), 태성해운의 우리누리1호(534t, 정원 448명)가 있지만 규모가 작다.

 썬플라워호는 1995년 8월 취항해 울릉과 포항 사이 217km 거리를 매일 운항했다. 원래 6시간여가 걸렸던 울릉~포항 구간을 3시간으로 줄여 울릉도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썬플라워호가 운항 중단되면서 울릉군민은 이동권이 제한되고 관광객이 크게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울릉군은 2018년부터 운항 보조금 1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대형여객선 사업자를 구했지만 이에 응하는 선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운항결손액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바꿔 사업자를 구했다. 썬라이즈호를 운항 중인 대저해운을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저해운은 전체 2125t, 정원 932명 규모의 여객선을 올해 초 발주하기로 했다. 대저해운은 이 여객선을 2022년쯤 취항하겠다고 했다.

 새 대형여객선 도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울릉군과 대저해운은 지난달 말 경북도와 함께하기로 한 실시협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울릉이 지역구인 남진복 경북도의원과 울릉군 여객선 비상대책위원회가 새 대형여객선을 여객 전용이 아닌 차량과 화물도 실을 수 있는 화물겸용 여객선(카페리)으로 바꿔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결정을 미뤘다.

경북 울릉군이 지역구인 남진복 경북도의원. 경북도의회

경북 울릉군이 지역구인 남진복 경북도의원. 경북도의회

 남 의원은 “지금 울릉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객선은 사람만 타고 다니는 배다. 썬플라워호처럼 택배나 생필품은 실을 수 없고 썬플라워보다 크거나 그렇게 빠르지도 않다”며 “ 만약 이 배가 그대로 들어오게 되면 앞으로 30년 동안 군민이 겪을 불편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화물겸용선이 우리 실정에 맞다고 생각한다. 크고 빠르면 더 좋을 것이다. 사업초기부터 수 차례에 걸쳐 겸용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울릉군과 울릉도 대형여객선 조속한 추진을 위한 협의회는 지금 와서 사업 내용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울릉군은 최근 보도자료에서 “실시협약 체결 최종단계에서 뒤늦게 남 의원과 울릉군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화물겸용 여객선을 원한다’는 뜻이 담긴 건의문을 경북도지사에게 전달하면서 답보상태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경북 울릉군 한마음회관에서 '울릉도 대형여객선 조속한 추진을 위한 협의회'가 출범했다. 이 협의회는 썬플라워호에 이은 새 대형여객선을 기존 협의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울릉군

지난 4일 경북 울릉군 한마음회관에서 '울릉도 대형여객선 조속한 추진을 위한 협의회'가 출범했다. 이 협의회는 썬플라워호에 이은 새 대형여객선을 기존 협의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울릉군

 울릉군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대형여객선이 화물겸용여객선으로 재추진한다면, 경북도와 울릉군의 행정 신뢰는 크게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법적 다툼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초래되고 많은 시일을 허비하게 돼 직접 피해는 울릉군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새로 건조할 대형여객선이 도입되기 전까지 울릉~포항을 오갈 썬플라워호의 대체여객선도 정하지 못했다. 썬플라워호를 운항해온 대저해운은 울릉(저동)∼독도 구간을 운항하는 엘도라도호(668t, 정원 414명)를 투입하겠다며 포항해양수산청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울릉 주민이 구성한 울릉군비대위는 “선체 크기가 작아 기상 악화 때 결항이 잦고 속도가 느리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3월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울릉군민 30여명이 썬플라워호 대체선으로 엘도라도호 취항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울릉군민 30여명이 썬플라워호 대체선으로 엘도라도호 취항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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