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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환자 동료도 감염…1000명 근무하는 분당 IT 회사 폐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보기술(IT)업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 20대 남성(용인66번 확진자)이 다니던 IT기업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와서다. IT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일 오전 브리핑에서 "용인 확진 환자의 직장동료 1명과 클럽에서 접촉한 12명의 확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유흥업소가 7일 오후 폐쇄된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유흥업소가 7일 오후 폐쇄된 모습. 연합뉴스

용인 확진자가 재직 중인 경기도 분당구 금곡동 소재 IT회사는 총 2명의 확진자가 나온 8일 오전부터 회사 건물을 폐쇄하고 전 직원 무기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PC 운영체제(OS)를 만드는 중견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 회사 건물에서 근무한 사람은 1000여명이다. 이중 용인 확진자의 사내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직원은 44명이다. 이날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3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의심 증상이 있는 직원만 재택근무하고, 혼잡한 시간을 피해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 근무제를 시행해 왔다"며 "전 직원 재택근무가 처음이라 조금 혼란스럽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스마트 워크(원격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글 반박 "확인 안 된 소문 2차 피해"

용인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분당 소재 IT기업의 블라인드 글 [사진 블라인드 캡처]

용인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분당 소재 IT기업의 블라인드 글 [사진 블라인드 캡처]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지역 맘 카페에는 회사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작성자는 '확진자가 나온 부서만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다른 사업장은 폐쇄하지 않았다''사택에서 직원들이 단체 숙식한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확진자가 나온 부서 외에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44명을 전부 검사했으며, 미금(금곡동)·수내·오리·선릉 4개 사업장을 모두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진자 2명 모두 금곡동 회사 근처 임대 아파트(사택)에 거주한 적이 없다"며 "사택은 거실만 공동으로 쓰고 화장실·세탁·조리공간 등 위생 시설은 전부 각자 따로 쓰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사택에는 금곡동 사업장 직원 3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상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직원 신상 정보가 떠돌아다녀 2차 피해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직원 일부가 회사에서 아직 근무 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선 “4개 사업장 다 폐쇄한 거 맞지만 본사 홍보팀처럼 전화 대응해야하는 최소 필수 인력은 나오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주 정상 출근 분당·판교 IT업계 긴장

용인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판교 소재 한 게임사 직원은 8일 오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해당 게임사와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IT기업은 "선제적으로 과잉 대응하겠다"며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전원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다음주부터 정상 근무 복귀가 예정돼있는 분당·판교 소재 IT기업들은 "우려스럽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11일부터 정상 출근 체제로 전환이 예정돼 있는 네이버·카카오는 "변경 사항이 없다"며 "추가 조치가 있으면 따로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6일부터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정상 출근을 시작한 엔씨소프트도 "출근 방침은 변함없지만, 직원들이 확진자와 접점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등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 3일 출근제를 시행하고 있는 넥슨 관계자는 "판교는 마스크를 안 쓰면 눈치 주는 문화가 생길 만큼 다같이 신경 쓰는 분위기가 있어 크게 확산될 것 같진 않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도 "우려는 하고 있지만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돌봄이 필요한 가정과 임산부 직원을 제외하고는 정상 출근 체제"라고 설명했다. 판교 소재 한 중견게임사 직원은 "군대에서 단체 기합받을 때 누군가 마지막 구호 생략을 자꾸 실수하는 느낌"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났나 했더니 다시 터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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