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후 美경제 살린 '보복성 소비'···코로나도 잡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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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성 소비'가 코로나19로 가라앉은 경제를 되살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소비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 요요' 현상이 본격화할지, 그 효과가 어떨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 매출, 호텔 투숙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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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소비자심리지수는 3달 연속 떨어져 4월에는 2008년 금융위기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5월 들어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백화점 매출 감소 폭이 완화되고, 제주·강원 등 휴양지 호텔의 투숙률이 회복세다. '보복성 소비'다.

중국에서는 지난달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봉쇄령이 해제된 지 3일만인 지난달 11일 광저우의 에르메스 매장에선 사상 최대 하루 매출액 기록이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소비 현상은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국가 및 지역별로는 최악을 벗어났음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3월 9일 김포공항 모습(위)과 황금연휴 를 앞둔 지난달 29일 김포공항 모습(아래).

3월 9일 김포공항 모습(위)과 황금연휴 를 앞둔 지난달 29일 김포공항 모습(아래).

9·11테러 뒤 미국 경제 살린 보복소비

'보복'이라는 어감은 다소 부정적이나, '보복성 소비'는 침체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11테러,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주요 비경제적 쇼크가 진정된 후 모두 보복 소비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특히 9·11테러 이후 미국의 보복 소비는 산업 생산을 정상화했고, 생산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무너진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고 봤다.

문제는 모두가 '보복성 소비'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 19로 피해가 작은 중산층 이상은 소비를 늘릴 여지가 있지만, 실직이나 구조조정으로 불안한 계층까지 소비가 확산하기는 어렵다"는 게 허 연구원의 말이다. 그가 4일 보고서에 인용한 중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리페이 이용자 2만8000명 중 앞으로 소비를 줄이겠다는 사람(51%)이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사람(9%)보다 많았다.

보복성 소비의 수혜 또한 모든 업종에 돌아갈 수 없다. 백화점 업체와 달리 면세점 업체와 항공사들의 줄어든 매출은 회복이 더뎌 보인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 간의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면세점 수요 회복의 가시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황금연휴 둘째날인 지난 1일 제주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 인근 도로 갓길에 차량들이 줄 지어 주차해 있다. 뉴시스

황금연휴 둘째날인 지난 1일 제주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 인근 도로 갓길에 차량들이 줄 지어 주차해 있다. 뉴시스

"보복 소비는 일시적 현상" 신중론도 

보복성 소비 현상이 벌어질지에 대한 의심을 갖는 전문가도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3개월간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소비를 크게 줄인데 따른 보상심리로 당초 계획 이상의 소비를 할 거란 기대는 있지만, 2~3개월간의 경제 활동 위축이 소비자들의 소득이나 소비성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판단이 쉽지 않다"면서 "불확실한 보복적 소비보다는 외출 재개 관련 소비(편의점, 슈퍼마켓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투자의견을 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 코로나 19 확산 기간에 평균에 못 미치는 소비를 했기 때문에 코로나 19 종식 이후 평균 이상의 소비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나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듬해 1월 미국에서 소매판매가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추세적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소비가 추세적으로 개선되려면 '보복성 소비' 등 일시적 요인이 아닌 고용증가에서 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본질적인 요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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