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노리고 모함" 中은 조용히 코로나 백신 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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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8일 코로나 진앙인 우한의 봉쇄가 해제되던 날 ’외부 환경 변화에 대비해 사상 준비와 업무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서방에서 중국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이미 예상한 것이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8일 코로나 진앙인 우한의 봉쇄가 해제되던 날 ’외부 환경 변화에 대비해 사상 준비와 업무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서방에서 중국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이미 예상한 것이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뉜다. 전반전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 기간이다. 4월 8일 코로나 진앙인 우한(武漢)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며 전반전은 끝났다.

미국에서 제기하는 중국 코로나 책임론은 #트럼프 행정부 방역 실패 회피하기 위한 것 #“중국이 참기만 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이에는 이”로 미국이 때리면 중국도 때려 #미국보다 먼저 백신 개발, 치료 주도권 장악 #내수 진작으로 경제 회복해 세계 중심 설 것

후반전은 세 가지 전선에서의 싸움이다. 하나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환자와 국내의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코로나 2차 위기를 막는 것, 두 번째는 빈사 상태의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중국의 코로나 사태는 코로나 진앙 우한에 대한 봉쇄를 해제한 지난달 8일을 중심으로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뉜다. 전반전은 코로나와의 사투 기간이고, 후반전은 코로나 여파를 수습하는 기간이다. 사진은 우한 봉쇄 당시의 거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 사태는 코로나 진앙 우한에 대한 봉쇄를 해제한 지난달 8일을 중심으로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뉜다. 전반전은 코로나와의 사투 기간이고, 후반전은 코로나 여파를 수습하는 기간이다. 사진은 우한 봉쇄 당시의 거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마지막은 세계 각국 특히 미국에서 쏟아질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에 대한 대응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전반전이 끝나던 지난달 8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고 “준비”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비해 사상 준비와 업무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종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서방에서 화풀이할 대상을 찾을 것이고, 결국 중국에 화살을 돌릴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 전파 책임을 물어 영국에 3510억 파운드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영국, 일본 등 G7이 입은 손실만 3조 9600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청년보망 캡처]

영국의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 전파 책임을 물어 영국에 3510억 파운드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영국, 일본 등 G7이 입은 손실만 3조 9600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청년보망 캡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영국에선 48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이 거론되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국무부, 공화당 중심의 의회 등 세 곳에서 중국의 코로나 책임을 거론하며 융단 폭격을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크게 투 트랙이다. 하나는 “이에는 이” 맞불 작전이다. 미국이 때리면 중국도 때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군 확보다. 미국과의 이번 싸움을 진검 승부라 보고 중국을 응원할 친구를 많이 만든다는 계획이다.

중국 민간의 비밀결사 의화권(義和拳)을 중심으로 1900년 경자년에 일어난 의화단(義和團) 운동은 ’청나라를 도와 서양을 물리치자’는 구호를 내세웠으나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중국은 무려 4억 5000만 냥의 ‘경자 배상’을 해야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민간의 비밀결사 의화권(義和拳)을 중심으로 1900년 경자년에 일어난 의화단(義和團) 운동은 ’청나라를 도와 서양을 물리치자’는 구호를 내세웠으나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중국은 무려 4억 5000만 냥의 ‘경자 배상’을 해야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먼저 중국의 첫 번째 전략인 맞불 작전을 보면 과거 중국은 “중·미 관계가 소중하다”는 입장 아래 인내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일갈한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최근 중국 외교의 주류 사고가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엄중하게 통고한다(正告)”는 표현이 늘었다고 한다. 과거 미국을 상대로 전혀 쓰지 않던 표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고 이를 중국 당국이 고의로 은폐해 세계가 지금과 같은 비극을 맞게 됐다는 주장이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고 이를 중국 당국이 고의로 은폐해 세계가 지금과 같은 비극을 맞게 됐다는 주장이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책임론은 폼페이오 장관의 주장처럼 세 단계를 거쳐 형성된다. 코로나는 우한의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나온 것이며, 중국 당국이 이를 고의로 은폐했고, 그 결과 세계가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해 비극을 맞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 기원설과 관련해선 물타기를 시작한 지 오래다. 지난 2월 말 중국 호흡기 질병의 권위자 중난산(鍾南山) 공정원(중국 과학기술분야 최고 학술기구) 원사를 내세워 “출현은 했어도 발원은 아니다”라며 중국의 코로나 기원설을 부인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주장하는 코로나19의 중국 실험실 유출과 관련한 증거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뉴시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주장하는 코로나19의 중국 실험실 유출과 관련한 증거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뉴시스]

실험실 유출과 관련해선 “엄청난 증거가 있다”는 폼페이오 장관을 향해 중국 글로벌타임즈는 4일 “단 하나의 증거라도 제시해보라”고 비꼬았다.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6일 “증거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야말로 한국전쟁 때 세균무기를 사용한 나라가 아니냐”고 받아쳤다.

중국의 고의 은폐도 터무니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에 코로나 정보를 통보했고 1월 4일엔 전 세계에 알렸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5일 중국의 코로나 통제 노력에 찬사를 보내기까지 하지 않았느냐고 중국은 반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엔 중국의 코로나 방역 노력에 찬사를 보냈으나 최근 미국 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엔 중국의 코로나 방역 노력에 찬사를 보냈으나 최근 미국 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AP=뉴시스]

세계가 준비할 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중국은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이란 등이 어려움을 겪을 때 미국은 뭐했느냐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두 달을 보낸 뒤 이제 와 뒷북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는 11월 다가온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을 중국 책임으로 돌리는데 필사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거론되는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이 미국 내 상황 악화와 관련돼 있다고 비판한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고의로 중국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은 미국에서 거론되는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이 미국 내 상황 악화와 관련돼 있다고 비판한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고의로 중국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환구시보는 6일 사설에서 “미 백악관은 중국과 대립하면 할수록 백악관에 대한 유권자의 책임 추궁이 약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모함해 대선에 이용하는 건 달걀을 쌓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책임론에 맞서는 중국의 두 번째 전략은 우군 확보다. 중국의 손을 들어줄 친구를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언론은 7일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의 방역 활동을 돕다 귀국한 의료진 8명의 귀환을  집중적으로 선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 18일 동안 코로나 방역 활동을 지원하고 돌아온 의료진 8명을 환영하는 행사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은 매일 중국 의료진의 세계 지원을 선전하고 있다. [건강중국망 캡처]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 18일 동안 코로나 방역 활동을 지원하고 돌아온 의료진 8명을 환영하는 행사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은 매일 중국 의료진의 세계 지원을 선전하고 있다. [건강중국망 캡처]

중국 매체엔 매일 세계 각국의 방역을 지원하는 중국 의료진의 활약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진핑 주석은 3월과 4월 두 달간 세계 각국 정상과 통화하는 코로나 협력 '전화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은 현재까진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서방 각국이 중국 생각대로 중국의 편에 서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을 비난하는 건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항구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천웨이 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보다 빨리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 사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CCTV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의 천웨이 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보다 빨리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 사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CCTV 캡처]

중국은 코로나와의 싸움이나 미국과의 갈등 모두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본다. 무역 전쟁과 함께 이른바 중·미 신냉전의 서막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는 쉽게 없어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재발할 것이며, 미국과는 장기간에 걸친 패권 경쟁에 사실상 돌입한 상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두 가지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는 백신 개발이다. 미국보다 빨리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회복이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세계는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한 세대에 걸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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