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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방역 전환한다지만···" 어린이날 한숨 쉰 장애 아동 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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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에서 진행된 숲체험 행사에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모두 참여했다. 파란색 신발을 신은 학생이 배군. [배군 어머니 제공]

지난해 봄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에서 진행된 숲체험 행사에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모두 참여했다. 파란색 신발을 신은 학생이 배군. [배군 어머니 제공]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곧 끝난다지만 우린 아직이에요….”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장모(53·여)씨는 4일 오후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인 셋째 아이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최근 막내아들 배모(11)군의 동선은 집에 멈춰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2급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이는 배군은 언어표현이 서툴다. 배가 고픈 상태와 배가 아픈 상태를 모두 “배가 아프다”고 표현한다. 배군이 다니던 학교와 복지관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지난 2월부터 장씨와 배군의 두 누나가 번갈아 가며 배군을 맡고 있다. 학교 수업이 중단되면서 가족이 배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보고 있다.

장씨 가족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매일 달랜다. 배군의 취미는 축구다. 장씨는 “아이가 잘하진 못하지만 뛰어다니면서 공을 차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외출 자제로 답답한 아이가 집에서 쿵쾅쿵쾅 뛰는 일이 늘어서 층간소음 문제로 번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원 아닌 집에서 보내는 어린이날

배군은 지난해 봄 학교에서 진행한 숲 체험 행사에 참여했다. [배군 어머니 제공]

배군은 지난해 봄 학교에서 진행한 숲 체험 행사에 참여했다. [배군 어머니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 배군은 올해 어린이날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지난해 5월 5일 배군은 인천 대공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가 참여한 행사였다. 간식과 놀이가 어우러진 소풍 같은 행사에 많은 아이가 만족했다고 한다.

어린이날 전후로 배군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을 포함해 전체 학년이 참여하는 숲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배군을 비롯한 특수학급 아이들은 “또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큰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측 행사는 물론 복지관과 장애인 단체 등이 합동으로 준비한 대공원 행사도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는다. 장씨 가족은 집에서 조용하게 이번 어린이날을 보낼 예정이다. 장씨는 “올해는 아이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배달해 집에서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방역 체제 전환, 장애인 가족 쉽지 않아

지난해 봄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에서 진행된 숲체험 행사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모두 참여했다. [배군 어머니 제공]

지난해 봄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에서 진행된 숲체험 행사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모두 참여했다. [배군 어머니 제공]

지난 3일 정부는 황금연휴가 끝나는 6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도입한 지 45일 만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학 연기 등으로 인한 아이들의 교육부담과 부모의 육아 부담도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며 “일상생활과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해 갈 수 있는 균형점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한 모임과 외출, 행사 등이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공공시설 운영도 단계적으로 재개된다.

그러나 장씨 가족을 비롯해 장애인 부모에게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장애가 있는 아이 중에는 다른 아이보다 예민하거나 면역 체계가 약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상 복귀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장씨는 “아이가 사회적 접촉이 계속 중단되는 것에 대해 걱정이 크지만 아이 때문에 생활 속 거리 두기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마음 편히 어우러질 기회가 늘길 바랄 뿐”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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