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 소리에 지가 미쳐 득음 하면···" 서편제 김명곤의 명대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놈아, 지 소리에 지가 미쳐가지고 득음을 하면 부귀공명보다도 좋고 황금보다도 좋은 것이 이 소리속판이여, 이놈아!”

내 인생의 명대사

27년 전 영화 ‘서편제’ 속 외골수 소리꾼 유봉의 목소리가 다시 쩌렁쩌렁 울립니다. 득음을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한 비정한 아버지 유봉이 투덜대는 아들에게 호통치며 한 말을 김명곤(68)은 ‘내 인생의 명대사’로 꼽습니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그의 입으로 구현한 이 대사는 평생 ‘광대’를 자처해온 그의 실제 속마음이기도 했으니까요.

“황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소. 내 한가지 소망은 위대한 예술을 하고 싶은 것”이라는 연극 ‘격정만리’(1991) 속 대사 역시 그의 삶과 맞닿아 있는 ‘명대사’로 소개합니다. 인생의 가치와 행복을 오롯이 예술에서 찾는다는 스스로의 선언이자 고백인 셈이지요.

하지만 인생은 늘 의외의 길로 가지 않던가요. 부귀공명에 대한 생각은 꿈에도 없이 만들었다는 ‘서편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가난한 연극배우였던 그는 흥행 영화의 유명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후 국립극장 극장장, 문화관광부 장관 등 공직에 머문 시간도 7∼8년에 이르고요.

그래도 그는 ‘서편제’로 얻게된 명예와 인기ㆍ돈이 이후 그의 삶을 지배하지 않았다고 단언합니다. “조금 나를 도와주기는 했고 나를 풍성하게는 했지만 결국 나는 다시 가난한 연극배우”라면서요.

돈과 명예 대신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 싶다”는 그의 꿈입니다. “내 인생이 담긴, 그것이 또 인류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남기면 좋겠다”는 꿈이지요. 지난달 연극 ‘흑백다방’ 출연에 이어 오는 14일 첫 선을 보일 국립극장 70주년 기념 창극 ‘춘향’의 극본ㆍ연출을 맡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아직도 그 꿈을 못 이뤘으니까 그 꿈이 늘상 나를 지배하고 있는 거에요. 그 꿈을 이루기 전에는 죽지도 못하겠어…”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영상=김지선ㆍ공성룡ㆍ정수경, 그래픽=황수빈

내 인생의 명대사

배우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명대사입니다. 작품의 울타리를 넘어 배우와 관객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명대사를 배우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