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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단기투자 중심 동학개미, 이름 너무 좋게 지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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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인천의 전통상가 밀집지역인 부평 의 신한은행 지점을 방문해 대출 만기연장 등의 이행 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인천의 전통상가 밀집지역인 부평 의 신한은행 지점을 방문해 대출 만기연장 등의 이행 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개월간 자본시장의 최대 현안이었던 라임 사태가 조만간 본격적인 정리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라임펀드 판매사를 중심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해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펀드를 정리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속 금감원장 취임 2돌 #동학개미 장기적으로 성공 힘들어 #유동자금 흡수할 중수익 상품 필요 #라임 제재 절차 이르면 6월 중 시작 #부실 펀드는 배드뱅크 세워 정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출입기자 간사단 간담회에서 “배드뱅크(펀드 이관 전담 회사)를 만드는 것은 5월 중으로 조정이 될 것”이라며 “배드뱅크 방식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운영 주체가 바뀌어야 보다 깨끗하게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라임자산운용 제재 절차를 시작하는 시기는 빠르면 6월 중이 될 것이며 분쟁조정도 가급적 빨리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라임 사태 해결을 위한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 라임펀드 판매사 19곳이 참여하는 배드뱅크가 만들어지면 라임 펀드를 이곳으로 옮겨 펀드자금 회수에 주력하게 된다. 라임운용에서 배드뱅크로 펀드가 이관되면 환매 중단 상태에서 수백억원 펀드 자금을 빼돌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윤 원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투기 문화’를 우려했다. 그는 “한국에 상당한 투기성 세력이 존재한다”며 “이게 시스템 리스크(금융시스템 전체의 부실화 위험)화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런 투기세력에 대해 “한국의 유동자금이 많고 금리는 낮아지면서 부동산도 (투자를) 못하게 억제하니까 뭔가 돌파구가 필요해진 것”이라며 “금융회사들이 중수익 상품을 만들어 중화시켜줘야 하는데 그런 걸 잘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등장한 이른바 ‘동학개미’ 역시 투기세력의 일종이라고 봤다. 그는 “단기투자 중심의 동학개미군단이 대표적인 예인데 그게 롱런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며 “동학개미는 투자의 기본에서 어긋나는 것인데 이름을 너무 좋게 지어줬다”고 말했다.

취임 후 2년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묻자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이후 최근”이라고 답했다. 올해 들어 윤 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DLF 중징계 불복, 은행들의 키코(KIKO·Knock-In Knock-Out) 분쟁조정 불수용, 라임 사태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있다. 금융당국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윤 원장은 금융회사가 이른바 투기세력에 동조하면서 DLF 사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나름대로 고수익을 원하고, 그것에 금융회사들이 동조하면서 고위험·고수익 추구가 알게 모르게 퍼져있었다”며 “그런 잘못이 어떤 조직에 광범위하게 있었다면 법적인 용어로 내부통제(부실)인 것”이라고 말했다.

11년 전 키코 사태에 대한 당국의 최근 분쟁조정 결과를 은행들 대부분이 수개월째 수용하지 않는 데 대해선 “(은행들을) 만나서 ‘세게’ 얘기도 하고 싶지만 이 정도에서 정리하고 나머지는 은행의 판단으로 두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은행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 문제가 길어지면 중요해지는 건 은행권의 역량”이라고 했다. 지금은 정부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은행의 중장기적인 복원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실물 지원을 할 수 있는 실탄, 즉 자본력이 중요해질 것이란 얘기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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