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 우려가 현실로…"절세매물 늘고 전셋값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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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뉴시스]

‘보유세 폭탄’이 현실이 되면서 주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시가격이 큰 폭 상승했는데 주택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집값은 하락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집주인 세금 부담에 전월세 상승 우려도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지역별 온도차는 크다. 시세별 공시가격 변동률이 달라서다. 9억원 미만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1.96%지만 9억원 이상은 21.12%다. 15억 초과는 26%가 넘는다. 강남‧서초구 등 고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지역의 타격이 큰 이유다.

보유세 부담이 확 늘어난 집주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48)씨는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릴 만큼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집 한 채 있다고 세금을 두배 내라하니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들어 0.15% 하락했다. 강남3구 하락세가 가파르다. 강남구(-0.75%)·서초구(-0.74%)·송파구(-0.53%) 하락폭이 크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32㎡(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3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엔 최고 35억원에 팔렸던 아파트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84㎡도 지난달 16억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아파트는 지난 12월 최고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2‧16대책으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 대상이 확대되면서 집을 살 때 자금 출처를 자세하게 밝혀야 하는 것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에 거래도 쉽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4월 대비 34.9% 수준이다. 특히 강남3구 거래량은 14.4%에 불과하다.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부담이 커졌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한(6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절세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공시가격 조정이나 4‧15총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매도를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월까지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인상된 공시가격이 적용된 재산세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이고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장기 보유 주택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중과 적용 배제 만료 기한이 6월 30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이후에는 급매물 대신 증여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매도나 임대사업자 등록, 증여를 고민하게 되는데 임대사업자 혜택이 없고 양도소득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자식에게 주고 증여세를 내는게 부담이 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인 직방이 이달 실시한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설문조사(1470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그대로 보유하겠다고 답했다. 34%만 ‘보유세 등 부담으로 매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9%는 매도 시점을 ‘내년 이후’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급매물로 내놓기보다 매도 타이밍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세금을 낼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올 들어 서울에서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은 지역인 강남구(1.74%)·서초구(1.58%)·마포구(1.55%)·동작구(1.46%)·성동구(1.11%) 등이다. 서초구 방배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의 나순희 사장은 “세금 인상분만큼 전셋값을 올리거나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게 되면 세입자가 피곤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집값 하락세가 강남3구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어 하반기 주택시장 전체가 침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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