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도 생략…법사위서 데뷔전 치르는 고기영 신임 법무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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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영 신임 법무차관. 사진 청와대 제공

고기영 신임 법무차관. 사진 청와대 제공

고기영(55·사법연수원 23기) 신임 법무부 차관이 28일 취임식도 생략한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달려가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 법사위에 계류된 ‘텔레그램 n번방 재발 방지법’ 등 핵심 법안 처리를 위해서다.

법무부는 28일 “고기영 신임 법무부 차관 관련,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 배포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장·차관급 인사를 공식 발표하면 당일 취임식을 열고 업무를 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고 차관의 경우는 전날에도 취임식을 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전날 여야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면서 법사위 일정도 결정됐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5시께 법사위 일정을 통보받은 고 차관은 취임식을 생략하고 그 즉시 핵심 법안 처리에 대비했다고 한다.

고 차관이 살펴본 핵심 법안은 ‘텔레그램 n번방 재발 방지법’이다. 현재 법사위에는 불법촬영 범죄를 상습적으로 범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착취물 거래·유포 범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검찰의 기소와 무관하게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특수협박죄와 강요죄로 처벌하고, 상습범은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도 올라와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 차관은 전날 법사위 일정을 통보 받은 뒤부터 곧바로 ‘n번방 재발 방지법’ 등 20대 국회에 계류된 법사위 고유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대비했다”며 “이날 법사위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취임식 대신 직원들을 찾아 인사를 돌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날 임명된 고 차관은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함께 안정감 있는 조직관리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고 차관은 윤석열(60) 검찰총장, 이성윤(58) 중앙지검장과 함께 사법연수원 23기로 동기다.

고 차관은 지난 1월 8일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 측근들이 대거 지방으로 좌천될 때 부산지검장에서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가 3개월여 만에 다시 차관으로 영전했다. 고 차관은 동부지검장 취임식 당시 "겸손하고 절제된 자세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시 동부지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있던 때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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