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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희끗희끗 권영진 "대구시민의 무뚝뚝함이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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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권영진 대구시장은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며 마스크를 벗지 않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 대구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며 마스크를 벗지 않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 대구시]

"대구 시민들 무뚝뚝하죠. 그런데 그 무뚝뚝함이 강한 절제심과 침착함, 고요함으로 나타나 결국 출구가 안 보이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세를 꺾은 겁니다."

"대구 시민의 강한 절제심, 침착함, 고요함 대단" #"코로나19 백서 제작, 대구 극복 사례 담을 것" #"신천지 교회 측에 손배 등 법적 대응 고민 중" #"전 국민이 보내준 응원과 격려, 가슴에 담아"

권영진(58) 대구시장은 27일 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기세를 꺾은 첫째 비결은 대구 시민들이다.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외출 자제 등 모든 것을 참아가며 지킨 시민들이 바로 최고의 방역이자 백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만난 권 시장은 염색을 못 한 탓일까. 흰머리가 보였다. 시장 부임 후 거의 못 봤던 '권영진의 흰머리'였다.

대구는 한때 국내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꼽혔다. 그만큼 많이 퍼졌었다. 2월 18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후 같은 달 29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741명에 이를 만큼 확산세가 거셌다. 권 시장은 2월 18일 첫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소식을 전한다"며"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후 35일간 집무실에서 야전침대 생활을 했다.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로 실신해 한차례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온 지 70일째인 27일. 대구의 사정은 많이 좋아졌다. 하루 확진자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완치율은 90%를 앞두고 있다. 매일같이 이어진 코로나19 브리핑도 서면으로 대체됐다. 권 시장도 최근 야전침대를 접었다.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뉴스

코로나19 기세를 꺾은 주된 이유를 뭐라보나.

"방역·격리·치료 이 세 가지가 잘 맞아들어간 것 같다. 시민들의 강한 절제심을 기반으로, 거리 두기 같은 방역이 1차로 이뤄졌고, 코로나19 거점병원이 만들어지고, 연수원 같은 합숙 시설을 생활치료시설로 쓰면서 환자 격리가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구행,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전국에서 모여든 의료인, 전 국민이 보내준 응원과 격려. 이 모든 게 대구의 코로나19 기세를 꺾은 이유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대구 신천지 교회 측에 손해배상 청구 이야기가 나오는데.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단감염이 지역 사회 확산의 주된 원인 아닌가. 법적 검토 후 가능하다면 손해배상청구, 사회적 비용 지출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고민 중이다."

지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위기다. 지난달 대구지역 BC카드 승인내용을 보면,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넘게 줄었다. 중소기업의 지난달 수출액은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달 초까지도 대구 시내 중심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행히 최근 지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곤 있지만, 코로나19의 경제적 '내상'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 같다."

대책은 없나.

"가라앉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긴급생계자금 지원과 생존자금 지원, 금융지원 확대, 임대료 지원 등 경제방역 패키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추진 중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8000억원에서 1조2000억으로 늘렸다.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해서도 특례보증 3조원 외에 6500억원의 특례보증을 더 확보해 지원 중이다."

시민들의 코로나19 공포감은 여전한데.

"코로나19와 관련한 심리상담을 지원 중이다. 심리상담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구경북지부 등이 참여한 통합심리지원단이 맡았다. 핫라인(1577-0199)을 개설해 24시간 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건강은 좀 어떤지.

"지난달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현재는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생활치료시설을 돌아보고, 회의도 직접 주관할 정도로 회복됐다.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

코로나19 대구 백서를 제작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초기 병상 부족 문제와 생활치료시설 확충으로 격리 문제를 해결한 사례 등을 넣을 계획이다. 발간 시기는 코로나19 종식 후가 될 것이다."

너무 빨리 (코로나19 극복) '샴페인'을 터트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긴장의 끈을 절대 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을 위해 지역 시민사회 대표 200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극복 대구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책위는 정부 주도의 코로나19 관련 방역과 별개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때까지 상시방역체제 활동을 대구에서 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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