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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내들 ´절반의 만족´으로 산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리서치는 전국 도시의 기혼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배우자간 서로의 만족도를 면접조사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에게 그런 대로 만족하며 살지만 (만족 혹은 아주 만족 80%), 아내는 남편에게 상대적으로 불만스러워하는 것으로(만족 혹은 아주 만족 52%) 나타났다.

우리나라 남성 가운데 아내에게 ´아주 만족하는´ 남편은 24%, ´만족하는 편´인 남편은 56%이고, ´불만스러운´ 남편은 18%로 나타났다.
한편 남편에게 ´아주 만족하는´ 아내는 13%로 남편의 만족 비율 24%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만족하는 편´은 49%, ´불만족´은 38%였다.

우리나라 남편은 아내에게 그런대로 만족스러워 하는 데 비해 아내는 상대적 불만이 더 많다.

이같은 조사통계는 한국리서치가 자체 미디어인덱스 중 전국 도시의 기혼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1999년 4분기에 면접조사한 부부 만족도 조사결과다.

결혼하고 5년 지나면 부부 만족도 급격히 감소

결혼기간별로 보면 남편, 아내 모두 결혼후 2년 동안은 상호 만족지수(´아주 만족´ 비율과 ´만족하는 편´ 비율의 1/2을 합한 비율을 만족지수로 보았다)가 높아 남편은 아내에게 70%, 아내는 남편에게 54%의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결혼후 2년만 지나면 만족지수는 하강을 시작한다. 5년이 되면 남편의 아내에 대한 만족은 50% 수준, 아내의 남편에 대한 만족은 30% 수준으로 떨어지고, 59세까지만 보면 회복되지 않는다(60세 이상은 조사하지 않았음).

학력 높은 아내가 남편에게 만족하는 경향

남편의 학력이 중졸이든 고졸·대졸이든 아내에 대한 만족지수가 같다. 그러나 여자는 학력에 따라 배우자에 대한 만족지수가 다르다. 저학력인 부인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고학력 부인의 만족도가 높다. 이는 저학력의 여인을 아내로 맞아 살고 있는 남편의 아내에 대한 봉사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

가구 소득이 아내의 만족도에 영향

남편은 가구 소득이 어떻든 아내에 대한 만족도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아내들은 다르다. 가구 소득이 적으면 남편에 대한 불만이 더 많고, 소득이 많으면 불만이 적은데, 그 분기점은 아래쪽이 월 100만원, 윗쪽이 월 400만원이다.

그러므로 100만∼300만원 사이의 가구 소득이 있는 가정에서는 부부 만족도에 거의 차이가 없다. 중간층의 생활수준에서는 소득이 좀 많거나 적어도 부부 만족도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배우자의 어떤 측면들이 부부간 전반적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까. 즉, 어떤 점 때문에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일까. 이 조사에서는 배우자의 용모, 건강, 소득, 자녀에 대한 관심, 인생관, 생활방식, 사회적 지위, 나를 생각하는 정도, 섹스, 가정에 대한 성실함, 집안 살림을 잘함(도움이 됨), 성장과정, 시가와 처가 식구들에 대한 평가 등 13가지 측면을 놓고 분석했다

남편은 아내와의 섹스와 건강에 가장 불만

남편의 아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항목은 아내의 ´자녀에 대한 관심´(긍정률 61%), ´가정에 성실´(61%), ´집안 살림´(57%)이다. 가장 부정적인 평가는 아내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적다는 것을 고려하여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고 보면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가장 불만스러운 측면은 섹스(긍정률 29%)와 아내의 건강상태(32%), 그리고 인생관(37%)이다.

쉽게 풀어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의 남편은 ´아내가 자녀에게 관심이 많고, 가정에 성실하며 집안 살림은 잘한다. 그러나 성적 매력이나 능력에서 부족하고, 건강을 돌보지 않아 몸이 좋지 않고, 인생관도 본인과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에 가장 불만

이에 비해 아내들은 남편에 대하여 만족스러운 점이 거의 없다. 50% 이상의 만족도를 갖는 항목이 한개도 없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좀 나은 항목을 보면, ´가정에 성실´(긍정률 47%)과 ´자녀에 대한 관심´(41%)이다.

남편에 대한 가장 낮은 평가항목은 사회적 지위와 소득이다. 즉, 남편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소득이 적다는 데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부정적 평가항목은 성장과정, 섹스, 생활방식, 시가 식구들에 관한 것이다. 다른 항목에서도 대부분 불만이다.

섹스가 부부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

어떤 항목이 배우자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 이것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숫자가 〈표3>의 우측에 있는 전반적 만족과의 상관계수다. 이 계수는 1.0에서 +1.0 사이의 값을 갖는데, 크면 클수록 그 항목과 전반적 만족도의 상관(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남편의 경우에는 ´아내가 나를 생각해 주는 정도´ ´처가 식구들´ ´아내의 인생관´ ´아내와의 섹스´, 이런 점이 전반적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즉, 아내의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는 중요하지 않다. 또 아내의 자녀에 대한 관심이나 생활방식보다 아내가 나를 생각해 주는 정도와 아내와의 섹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설사 아내가 가정에 덜 성실하고 자녀에게 덜 관심을 가져도 남편인 나를 생각하고, 처가 식구가 귀찮게 굴지 않고, 나와 인생관이 비슷하고, 아내와의 섹스에서 만족할 수 있다면 남편은 아내에게 만족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섹스다. 남편에게서 성적 만족을 느끼면 남편의 소득이 좀 적고 사회적 지위가 좀 낮아도 전반적으로 남편에게 만족한다. 섹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가 ´남편이 나를 생각하는 정도(사랑)´다. 물론 섹스와 직접 관계가 있는 요소다. 60세 미만의 부부 사이에서 사랑과 섹스는 동전의 앞뒤와 같을 테니까.

아내의 남편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에서 덜 중요한 것은 시가 식구들, 살림을 돕는 정도, 자녀에 대한 관심 등이다. 때문에 남편 보고 아이에게 관심 좀 갖고, 살림도 좀 도와 달라고 조르는 아내는 실은 남편과의 성적 관계에서 불만이 있거나 사랑의 부족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 이러한 사실은 상대방의 성장과정, 생활방식, 사회적 지위, 소득, 시가·처가와의 문제 등이 실은 부부간의 행복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서로의 성격이 어떻든, 상대방 집안과의 마찰이 어떻든,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고(나를 끔찍이 생각하고) 상대방과의 성적 관계에서 만족을 느끼면 부부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성격 때문에 헤어진다거나 시가 혹은 처가 문제 때문에 부부가 이혼하겠다는 이면에는 식어버린 사랑과 섹스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래서 가능하다.

글: 노익상 한국리서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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