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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칼을 간 롯데의 온라인 반격…"쿠팡·쓱(SSG) 게 섰거라"

중앙일보

입력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를 한데 모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이 28일 공식 론칭한다. 롯데 관계자가 롯데온 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를 한데 모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이 28일 공식 론칭한다. 롯데 관계자가 롯데온 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 온라인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28일 공식 출범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 롯데가 2년간 칼을 간 끝에 e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 7개 유통 계열사를 한데 묶은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을 출범하면서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 신세계의 쓱(SSG)과 같은 경쟁자보다 한발 늦은 만큼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롯데쇼핑은 ‘롯데온’  공개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롯데온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ㆍ마트ㆍ홈쇼핑ㆍ닷컴ㆍ하이마트ㆍ슈퍼ㆍ롭스 등 유통 계열사 7개가 파는 제품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2018년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한 지 2년 만이다. 롯데는 롯데온을 유통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을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가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롯데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가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롯데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3900만명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역점

핵심 경쟁력은 '초(超)개인화'다. 롯데그룹은 현재 우리 국민 75%에 해당하는 3900만명의 회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온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구매 빈도, 구매 후기, 소셜미디어(SNS)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쇼핑판 넷플릭스' 꿈꾼다 

예를 들어 A라는 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구매하고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주문했다면 롯데온은 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물놀이용품이나 여행 여행용 가방 등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나아가 A 고객과 구매 패턴이 비슷한 고객의 데이터를 모아 A가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을 예측하고 관련 상품을 추천한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롯데온이 벤치마킹한 초개인화 모델로 넷플릭스를 꼽았다. 조 대표는 “롯데온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취향을 선제적으로 분석해 대안을 제공하고 고객 개개인에게 초점을 둔다”면서 “기존 e커머스 분야보다는 오히려 글로벌 영상 콘텐트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방향이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온 앱의 메인 페이지. 사진 롯데쇼핑

롯데온 앱의 메인 페이지. 사진 롯데쇼핑

1만 5000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원하는 시간·장소로 배송

롯데온의 또 다른 경쟁력은 오프라인 매장이다. 전국 1만 5000여개에 달하는 롯데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 없는 쇼핑이 가능하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자주 방문하는 오프라인 점포의 이벤트 정보 등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또 오프라인 점포에서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배송 거점으로도 활용된다. 롯데온은 고객이 단순히 빠른 배송보다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길 원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주문 후 1시간~1시간 30분 내로 집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의 바로배송 ▶출근 전 새벽에 받을 수 있는 슈퍼의 새벽배송 ▶퇴근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편의점 등 롯데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스마트 픽 등이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배송 서비스를 각기 다양한 방식의 배송 서비스로 넘어선다는 것이다.

검색창 없는 온라인 쇼핑이 궁극적 목표  

조 대표는 “쿠팡 등은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어떤 e커머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데이터가 통합된 곳은 없다”면서 “롯데온의 궁극적인 목표는 ‘검색창이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온 캐릭터. 사진 롯데쇼핑

롯데온 캐릭터. 사진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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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선 롯데온이 롯데그룹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한다. 그동안 롯데는 유통의 소비 무게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비효율 점포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속도를 내는 이유다. 롯데쇼핑은 3~5년 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개 점포 가운데 30%에 달하는 200여 매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17조 6328억원, 영업이익은 28.3% 줄어든 427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전년 대비 64.2% 증가한 사상 최대 매출(7조 153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6조원대를 훌쩍 웃돌았다. G마켓ㆍ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지난해 수수료 기준 매출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계열사 경계 없는 통합 물류 체계 구축은 숙제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고 강조하면서 롯데온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계열사간에 나눠져 있는 물류 체계를 통합 쇼핑몰에 맞춰 통합하는 게 숙제다. 하지만 롯데e커머스본부 출범 당시 계획했던 ‘계열사 경계 없는 통합 물류 체계’ 구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롯데마트의 물품은 마트에서, 백화점은 롯데백화점에서 배송하는 구조다.

조 대표는 “롯데온은 이제 태어나는 단계”라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서과를 보인다면 내년쯤 계열사별 통합 배송 형태가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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