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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그린 '충무공' 녹둔도 실측 지도 발견

중앙일보

입력

해군사관학교가 충무공 이순신이 활약한 녹둔도 전투(1587년)의 무대인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를 측량한 근대 지도를 26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녹둔도 토성 위치 밝히는 데 도움될 듯

박준형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관장이 일본에서 입수한 녹둔도 실측 근대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해군]

박준형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관장이 일본에서 입수한 녹둔도 실측 근대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해군]

현재 러시아령인 녹둔도는 녹둔도 전투 때는 조선 땅이었다. 충무공은 당시 조산보만호(造山堡萬戶) 겸 녹둔도 둔전관(屯田官)으로 근무하면서 녹둔도 전투에서 여진족의 침입을 막아냈다.

이 지도는 박준형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이 지난 3월 일본에서 입수한 뒤 충무공 이순신 탄신 제475주년(28일)을 앞두고 선보였다. 조선총독부가 1926년 제작한 ‘5만분의 1’ 축척 지도보다 15년이나 빠른 지도다.

지도의 명칭은 '일로(일본-러시아) 국경 부근지도'이다. 1911년 9월 일제가 실측해 그렸다. 가로 79.5㎝에 세로 122.5㎝의 크기로 반투명 투사지에 채색돼 있다. 오른쪽 아래에 방위표와 2만분의 1 축척이 보인다. 그 아래 범례가 있다. 현재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지도는 군사적 목적에 의해 제작된 특수지도로 보인다. 박준형 관장은 “러시아와 접경 지역인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 지역은 일제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며 “그런 점에서 당시 한반도에 주둔했던 일제의 한국주차군사령부(韓國駐箚軍司令部)가 이 지도를 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1911년 9월 일제가 실측해서 만든 '일로 국경부근지도'.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를 2만분의 1 축적으로 그렸다. [사진 해군]

1911년 9월 일제가 실측해서 만든 '일로 국경부근지도'.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를 2만분의 1 축적으로 그렸다. [사진 해군]

2만분의 1 축척의 녹둔도 상세 지도에 대해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사인 백종오 교수는 “지도는 이순신이 활약했던 녹둔도 전투의 주 무대였던 녹둔도 토성의 위치를 고증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평가했다고 해사가 전했다. 녹둔도 토성의 위치는 각종 문헌에 나타나 있지만, 아직 정확한 장소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해사는 앞으로 녹둔도 전투 관련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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