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마다 테이프 붙여 춤추던 클럽…딱 걸리자 "살게는 해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먹고 살게는 해주셔야죠"
25일 오전 12시30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클럽 앞. 클럽 안을 점검한 마포구청 위생관리과 직원이 사장에게 위반사항 확인서에 서명하라고 요청했다. 이용객 간 거리 확보와 마스크 착용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사장은 "서명할 수 없다"고 버텼다.

총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홍대 클럽에는 25일 새벽 약 250여명의 손님이 몰렸다. 마포구청 직원은 "인원은 권고 수준인 60% 정도였지만 사람들이 3개 층 중 춤추기 좋은 특정 공간에만 몰려있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마포구청 제공.

총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홍대 클럽에는 25일 새벽 약 250여명의 손님이 몰렸다. 마포구청 직원은 "인원은 권고 수준인 60% 정도였지만 사람들이 3개 층 중 춤추기 좋은 특정 공간에만 몰려있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마포구청 제공.

서명을 거부한 클럽 사장은 구청 직원에게 "정부 지시대로 두 달을 꼬박 쉬고 오늘 처음 오픈을 했다"며 "직원 50명 월급과 월세를 내느라 1억원 넘게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다 통제할 수는 없다"며 "사회적 거리를 철저하게 지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다른 술집도 다 영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클럽은 대기 손님 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1m마다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뒀다. 입구에는 손 세정제와 출입처 명부가 놓여있었다.

구청 직원은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경고 차원의 행정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마포구청 위생관리과가 행정명령을 내린 업소는 관내 42개 클럽 중 5개다. 손님 수는 평소의 60% 수준이었지만 한 공간에 밀집한 채 춤을 추고 있어 문제가 됐다.

일부 클럽만 성행..."아직 완벽한 불금은 아냐"

이날 클럽에 놀러 온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 금요일보다는 아직 사람이 한참 적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의 한 클럽에 놀러 온 임씨(25·여)는 "코로나19가 풀리는 분위기라 오랜만에 친구들과 놀러 왔다"며 "확실히 코로나 이전보다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클럽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박현주 기자

25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클럽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박현주 기자

실제로 오전 2시20분 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클럽 앞에는 손님 14명이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평소 수십명이 줄 서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친구와 함께 클럽을 방문한 20대 여성 이모씨는 "평소의 20% 정도만 있는 것 같다"며 "심각하게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홍대에 놀러 온 30대 김모씨도 "아직 완벽한 불금은 아니다"며 "큰 클럽 위주로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F클럽, L클럽 등 주요 강남권 클럽을 찾아갔지만 눈에 띄게 대기 줄이 길었던 클럽은 없었다. 한편 홍대 클럽은 총 42개 중 20개 업소가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운영중단' 권고 해제…방역망 구멍 생기나

19일 정부는 유흥시설 등에 대한 ‘운영중단’ 권고를 해제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4대 밀집시설에 대해서는 현재의 방역지침 준수 명령을 유지하되 운영중단 강력권고는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에는 서울시도 이에 발맞춰 '운영중단' 권고에서 수위를 낮춘 '운영 자제'를 권고했다. 다만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지에 대한 행정지도는 이어진다'는 조건을 달았다.

25일 오전1시 한 홍대 클럽 내부 모습. 마포구청 제공

25일 오전1시 한 홍대 클럽 내부 모습. 마포구청 제공

한편 "그동안 지켜온 코로나19 방역망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불특정 다수가 모여 밀집하는 클럽의 특성상 집단 감염이 벌어지기 쉬운 장소이기 때문이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줄어 완화 정책을 쓰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인 만큼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5월 5일 이후 종료할 예정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끝까지 관리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박현주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