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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실적 착시, 가동률 1위에도 못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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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체코 동부 노쇼비체에 있는 현대차 공장. [사진 현대자동차]

체코 동부 노쇼비체에 있는 현대차 공장.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을 선방했다.

1분기 영업이익 4.7% 늘었지만 #미국 합작법인 제외 땐 8% 감소 #GM 가동률 11%, 현대차는 65% #코로나 수요 부진 2분기 수익 비상

현대차는 23일 컨퍼런스콜을 통한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매출 25조3194억원, 영업이익 86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5.6%, 영업익은 4.7% 늘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합작법인 설립절차가 마무리된 미국 자율주행차 기업인 앱티브 관련 매출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익은 지난해보다 8% 감소했다. 또 당기순익은 552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42% 감소했다.

현대차의 1분기 판매 대수는 90만3371대(도매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줄었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인도·유럽 등의 수요 부진으로 11.1% 감소했으며, 내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중단과 투싼 등 일부 차종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3.5%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출시한 신차 그랜저와 G80 등 고가의 세단과 GV80 등 고부가가치 SUV가 판매 주력 차종으로 떠오르며, 전체적으로 실적을 견인했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공장 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공장 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현대차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요 위축과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1분기 판매가 감소했다”며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의 우호적 환율 환경, 신차·SUV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단 “합작법인 앱티브와 관련해 1056억원의 일회성 매출이 발생한 것을 빼면 실질적으로 1분기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매출원가율도 북미 인센티브 비용 등이 줄어들어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낮은 83.2%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8년부터 추진한 원가혁신, 고정비 절감과 북미 인센티브 비용 개선 등으로 매출원가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영업부문 비용은 잇따른 신차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10.2% 증가했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공장 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공장 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주요 완성차 회사와 비교한 가동률도 양호한 편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세계 13개 주요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총 300개 공장 중 213개 공장이 문을 닫아 29%의 가동률에 그쳤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8개국 38개 공장 중 34개 공장을 닫아 가동중단 비율 89.5%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어 다임러(벤츠)가 88.9%,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85.7%, 르노 85%, BMW 81.2% 순의 가동 중단 비율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국내와 중국에 이어 유럽 소재 공장들도 모두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가동중단 비율 35.3%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낮았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와 중국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며 러시아와 체코·터키 공장 등도 지난 1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가동을 재개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폴크스바겐의 경우 중국 소재 공장들이 대거 정상화하면서 가동중단 비율 61.5%로,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동률을 보였다. 이밖에 미국과 중국에 공장 한 개씩을 가진 테슬라는 미국 공장 가동중단으로 50%, 도요타의 가동중단 비율은 46.3%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는 2분기 실적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부터 미국·유럽·인도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미국·유럽 3월 중순부터 수요 줄어 감산 불가피”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현재 국내 미출고 신차 물량 12만 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 수요가 밀려 있는 신차 공급을 충분히 늘려 2분기 내수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외 수요는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유럽 등 해외 판매는 3월 중순부터 영향을 받았다. 4월은 중국의 2월(80~90% 감소)만큼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5월 이후 회복도 불투명하다”며 “2분기 영업익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현대차는 수출용 투싼 등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2라인을 4일가량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진정 국면 이후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유동성 관리와 적정 재고 수준 유지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아차도 걱정이다. 지난해 지역별 판매 비중을 보면 기아차는 북미 27%, 한국 18%, 유럽 18%, 중국 10% 순이었다. 반면 현대차는 한국 17%, 미국 16%, 중국 16%, 유럽 12%였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의 경우 최근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수출국에서 코로나19 이동제한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신차 수요가 급감해 감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자동차 공장은 주요 글로벌 메이커와 비교하면 양호한 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각국의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생산량 감소 또는 라인별 간헐적 생산 중단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주·박성우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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