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중기 지원책 허점? "대형 호화호텔 제일 많이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그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그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중소기업 지원 패키지는 실패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게재한 칼럼 제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도마 위에 오른 지원 대책 이름은 급여 보호 프로그램, 이니셜 PPP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돈줄이 마른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500인 이하 사업장 사업주에게 대출을 해주고, 고용 유지를 위해 대출금을 썼다는 증빙 제출 시엔 대출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다. 사실상의 지원금으로, 현금성 실업 대책이다. 이 칼럼 기고자는 팀 우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로, PPP 초기 설계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팀 우 교수는 PPP가 실제로 도움이 절실한 중소기업엔 혜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거리의 평범한 식당이나 유치원, 카페 등이 이 지원을 받아 마땅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이들은 대부분 처음 지원을 신청하면 ‘지금은 안된다’고 해서 다시 가면 ‘지금은 대출가능금이 소진됐다’는 말만 들었고, 실망감만 맛봤다”고 적었다.

신종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미국 시내가 텅비어있다. 사진은 미국 동부 매릴랜드 주의 볼티모어 시.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미국 시내가 텅비어있다. 사진은 미국 동부 매릴랜드 주의 볼티모어 시. [EPA=연합뉴스]

실제 대출금은 어디로 갔을까. NYT는 22일 별도 기사에서 “호화 대형 호텔 체인이 최대 수혜자”라며 “중견 외식 기업 등, PPP의 타깃이 아닌 기업들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PPP의 1차 해당 대출금 지원액인 3억4900만달러(약 4300억원)는 지난 16일부로 동이 났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셰이크쉑 버거 체인 역시 이 대출금을 신청했다가 “영세한 기업도 아닌데 너무한다”는 비판을 받고 다시 지난 20일 토해냈다. 셰이크쉑의 랜디 가루티 CEO는 링크드인에 “PPP 신청 과정이 헷갈렸고 매뉴얼이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포브스는 “쉐이크쉑에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 관련 중소기업 지원 대출금을 신청했다 성난 비판에 직면해 대출금을 반환한 셰이크쉑. 사진은 미국 워싱턴DC의 사업장이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관련 중소기업 지원 대출금을 신청했다 성난 비판에 직면해 대출금을 반환한 셰이크쉑. 사진은 미국 워싱턴DC의 사업장이다. [AFP=연합뉴스]

셰이크쉑보다 한술 더 뜬 건 애틀랜타에서 리츠 칼튼 호텔 등을 운영하는 자산 관리 및 접객업 기업 애쉬포드라고 한다. NYT에 따르면 PPP의 지원금 중 단일 기업이 받은 최대규모인 5300만 달러를 받았다. 리츠 칼튼 애틀란타와 알래스카의 쉐라톤 호텔 등이 혜택을 받았다. NYT는 “대형 호텔인 건 맞지만 하청 중소업체들이 다수이고 고용인 숫자도 많다는 게 이들이 PPP를 신청한 논리였다”고 전했다.

리츠 칼튼 애틀랜타 호텔 내부 칵테일바. 중소기업 지원금을 받았다 비판을 받고 있다. [호텔 홈페이지]

리츠 칼튼 애틀랜타 호텔 내부 칵테일바. 중소기업 지원금을 받았다 비판을 받고 있다. [호텔 홈페이지]

이런 구멍은 의회에서 만들어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PPP지원 법안을 만들면서 의회에서 “호텔 등 접객업도 만약 각 사업장 피고용인 규모가 500인 이하라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조항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주 CNBC에 출연해 “PPP는 꽤 잘 운영되고 있다”고 자찬하면서 “일부 논란이 있긴 해도 이런 대형 지원 프로그램엔 항상 약간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결국엔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 일일 사망자 발생 추이 그래프. [자료=워싱턴포스트, 존스홉킨스의대]

미국 내 신종 코로나 일일 사망자 발생 추이 그래프. [자료=워싱턴포스트, 존스홉킨스의대]

미국 정부와 의회는 PPP를 더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여력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은 21일(현지시간) PPP에 3210억 달러, 중소기업 자금융자 대출에 600억 달러, 병원 지원에 750억 달러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예산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추가 대출금 역시 실제 중소기업의 마른 돈줄을 적셔 주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원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CNBC 방송에 22일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추려내는 것부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80만에서 90만개의 신청이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