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실종女 살해 용의자, 피해자 금팔찌 빼서 아내 선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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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서 혼자 살던 A씨(34·여)가 실종된 가운데 22일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 일대에서 경찰 기동대원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에서 혼자 살던 A씨(34·여)가 실종된 가운데 22일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 일대에서 경찰 기동대원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구속된 A씨(31)가 범행 당시 피해 여성이 차고 있던 금팔찌를 자신의 아내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해당 여성 통장에서 빼간 48만원은 피해자의 사실상 전 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A씨는 본인 차량에서 발견된 실종자 혈흔 등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쏟아져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해 경찰은 실종자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종 전 마지막 만난 후배 남편 구속 #차량서 실종자 혈흔 나와도 부인 #통장서 48만원 빼가…"사실상 전 재산" #경찰 150명, 군견 3마리 피해자 수색

 전주 완산경찰서는 23일 "A씨가 입을 열지 않아 수색에 한계가 있지만, 오전부터 전북경찰청 소속 기동대 2개 중대 약 150명과 군견 3마리를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10시 40분과 15일 오전 2시 30분 사이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B씨(34·여)를 자기 승용차에 태워 살해 후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 아내 선배로, A씨 부부와 B씨는 한동네에 살며 서로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A씨는 범행 당시 숨진 B씨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으로 B씨 계좌에 있던 48만원 전액을 본인 계좌로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빼돌린 48만원은 무직인 B씨가 가진 전 재산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씨는 범행 직후 B씨가 손목에 차고 있던 금팔찌도 가져가 자기 아내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전주에서 혼자 살던 A씨(34·여)가 실종된 가운데 22일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 일대에서 경찰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에서 혼자 살던 A씨(34·여)가 실종된 가운데 22일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 일대에서 경찰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뉴스1

 A씨는 과거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유예 기간에 B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경찰은 "개인 정보여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경찰에서 "B씨 돈을 빼앗지도, B씨를 죽이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거부했다.

 경찰은 현재 전주시 용복동과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김제시 금구면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전주시 용복동 휴대전화 기지국 관할로 행정 구역은 각기 다르지만, 서로 맞닿아 있다.

 또 범행 당시 A씨가 34분가량 머문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A씨 차량 트렁크에서 B씨 혈흔과 삽이 나온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차 안에서 B씨 살해 후 해당 지점에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북 김제시 금구면 일대 한 야산에서 경찰이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전북 김제시 금구면 일대 한 야산에서 경찰이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앞서 지난 17일 B씨가 실종됐다며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B씨 오빠는 "혼자 사는 여동생이 나흘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실종된 사람이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인 데다 며칠간 집에 안 들어온 점, 휴대전화가 꺼져 있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강력 사건으로 전환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이후 B씨가 실종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후배 남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 19일 긴급체포, 21일 구속했다.

 A씨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었지만, 경찰은 B씨 원룸 주변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해 지난 14일 밤 B씨가 A씨 차에 탄 정황을 확인했다. B씨는 14일 오후 10시 40분쯤 자신이 거주하는 원룸에서 나와 A씨의 차에 탄 뒤 연락이 두절됐다. B씨 휴대전화 전원은 실종 이튿날인 15일 오전 2시 30분쯤 꺼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B씨가 숨진 시점을 14일 오후 10시 40분과 15일 오전 2시 30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B씨가 A씨 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장면, 조수석 쪽이 옷으로 덮여 있는 장면, 한참 뒤 조수석에서 B씨가 사라진 장면 등도 CCTV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입을 열어야 피해자를 찾을 수 있어 그의 가족을 통해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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