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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은 중령 때리고, 대위는 음주운전···자고나면 군 기강해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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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병장이 사복 차림의 중령을 폭행하는가 하면, 음주운전을 하던 대위는 차에서 잠을 자다 적발됐다. 군인들의 하극상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군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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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육군에 따르면 현재 예비역 병장 신분 A씨는 전역을 약 보름 앞둔 지난 2월 1일 오후 11시쯤 경기지역 소재 부대의 부사관 초대를 받고 부사관 숙소에서 술을 마신 뒤 숙소 앞을 지나가던 중령과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중령의 가슴을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A씨는 사건 직후 군사경찰 조사에서 “해당 중령이 사복을 입고 있어 군인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A씨가 전역한 뒤 민간 경찰은 사건을 넘겨받아 검찰에 송치했다.

군 간부가 음주운전을 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9일 0시 50분께 경기지역 모 부대 소속 B 대위는 부대 밖 동료의 숙소에서 동료 2명과 음주를 한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자신의 승용차로 부대 앞까지 이동했다.

이후 부대 안으로 이동하려고 차량을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상태에서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이를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B 대위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09%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B 대위와 함께 술자리를 한 소령 2명에 대해서도 징계를 검토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과 후 숙소 대기를 명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최근 군에선 기강해이를 보여주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육군 부대에선 병사가 여군 상관에게 야전삽을 휘둘러 구속됐다.

경기지역 한 부대 대위는 지난 17일 오전 2시 포천 길가에서 만취 상태로 옷을 벗은 채 누워 자다 행인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앞서 지난 15일 같은 부대 소속 중위는 회식 후 노래방에서 민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육군 직할부대에서 일부 부사관들이 술에 취한 채 상관인 남성 장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되기도 했다. 또 지난 17일엔 해군 함장이 함 내에서 여군 부하의 무릎에 손을 올리는 등 추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군 당국은 함장을 보직 해임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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