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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이혼·결혼신고 40% 이상 줄은 중국,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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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무원 근무 시간이 단축되고 강력한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면서 중국 내에서 이혼 신고와 결혼 신고가 동시에 줄었다. 신고 건수는 급감했지만, 코로나 상황 속 가정불화로 인해 이혼 상담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 근무시간 줄고 이동제한 내려지며 나온 결과 #이혼 상담 자체는 증가..."집에서 마작만 한다" 불만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중국 베이징에서 이혼 건수는 9100건으로 전년동기대비 46% 줄고 결혼 건수는 1만6000건으로 48% 급감했다. SCMP는 "정부가 등기소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코로나 19 상황 속에 지난 1분기 결혼과 이혼 신고가 모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중국 우한에서 한 커플이 웨딩사진을 찍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코로나 19 상황 속에 지난 1분기 결혼과 이혼 신고가 모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중국 우한에서 한 커플이 웨딩사진을 찍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단, 이혼 상담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CMP는 "중국 광저우에 있는 한 로펌은 이혼 상담비를 시간당 3000위안(약 52만원)으로 종전의 두 배로 올렸는데도 상담 건수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너무 마작을 많이 한다", "쇼핑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데 남편이 마스크를 벗었다" 등 이유도 다양하다. "함께 있는데도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시간이 너무 길다", "가사와 육아를 평등하게 분담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도 '코로나 이혼'의 단골 사유다.

상하이에 위치한 젠틀&트러스트 로펌의 이혼 전문 변호사 스티브 리에 따르면 상하이 시의 봉쇄가 완화된 지난 3월 중순 이후 이혼 의뢰가 25% 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부부·가족 관계에 자칫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는 1월 말 춘제(설) 연휴와 중국 내 코로나 확산 시기가 하필 겹친 것이었다. 춘제 연휴 직전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집에 갇히게 된 상당수의 가족이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면 사소한 것에서도 결혼 생활에 실망해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2년~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었던 홍콩의 사례에 주목했다. 사스 사태가 지나간 2004년 홍콩에서 이혼이 2002년에 비해 21% 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올해 코로나19를 겪은 중국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가족 관계가 나빠진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동안 그간 일 때문에 바빠 소홀했던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결혼생활이 더 행복해진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결혼생활이 길고 그간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던 가족의 경우는 화목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딩다 로펌의 양선리 변호사는 "코로나 관련 이혼 상담은 주로 1985년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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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에서 이혼율은 2003년 이혼법이 수정된 이후 꾸준히 늘어왔다. 2003년 이혼법이 완화된 그해, 이혼 건수는 130만건을 기록했고 그 뒤로 15년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기준 중국 내 이혼건수는 450만건에 달했다.

중국에서 과거에 질병이 지나간 뒤 이혼률이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가족들과 만나고 있는 중국 의료진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과거에 질병이 지나간 뒤 이혼률이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가족들과 만나고 있는 중국 의료진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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