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6.9% 급감 ‘수퍼쇼크’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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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1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수출용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20일 승용차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감소했다. [뉴시스]

21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수출용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20일 승용차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감소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수출 제조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음식·숙박·관광업 등 내수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도 불안한 모습이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대량 실업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1~20일 실적 코로나 본격 강타 #석유·차부품 반토막, 반도체 -15% #베트남 -40%, EU -33%, 일본 -20% #“한국 수출 3~6개월간 심각한 고비”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수출액은 217억2900만 달러(약 26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줄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15억 달러로 1년 전(18억 달러)보다 16.8% 감소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입액(251억8400만 달러)은 18.6% 줄었다. 특히 원유(-50.1%)·석탄(-40.2%)·기계(-11.8%) 등 원자재와 자본재(산업생산에 필요한 재화) 수입이 급감했다.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달 통계와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폭은 0.2%(전년 동기 대비)였다. 당시 정부와 업계에선 “비교적 선방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일본·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일본에선 지난달 수출이 11.7% 감소하며 한국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월간 수출 감소폭으로는 2016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달 6.6% 감소했다.

주요 품목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 품목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달 들어 수출이 많이 감소한 것은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소비 수요가 급격히 움츠러든 탓이 컸다. 수출 감소폭이 가장 큰 품목은 석유제품(-53.5%)이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제품의 수출 단가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도체(-14.9%)·승용차(-28.5%)·무선통신기기(-30.7%)·자동차부품(-49.8%) 등의 수출도 큰 폭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지역별 수출은 유럽연합(EU)이 32.6% 감소한 것을 비롯해 중국(-17%)·미국(-17.5%)·베트남(-39.5%)·일본(-20%) 등 대부분 지역에서 감소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 본격화한 수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영향 본격화한 수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제조업의 공급망이 붕괴하고 대량 실직과 공장 폐쇄 등으로 해외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한국의 수출은 올해 안에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 침체가 본격화하면 국내 제조업 일자리 등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은 커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70.4%였다. 수출액과 수입액을 더한 뒤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과 교수는 “주요 수출 상대 지역인 미국·일본·EU 등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앞으로 3~6개월 동안 심각한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침체가 깊어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항공을 포함한 기간산업 지원책과 일자리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산업 영역에서도 빠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제조업 중 단순 조립형 생산에 머물러 있는 부문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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