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초등생 둘 챙기려니 정신없어, 내가 개학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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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일인 20일 광주시 봉선동의 한 가정에서 1학년·3학년 학생이 노트북 PC 등을 이용해 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일인 20일 광주시 봉선동의 한 가정에서 1학년·3학년 학생이 노트북 PC 등을 이용해 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친구들이 없으니까 심심해요.”

초등 1~3학년 3차 온라인 개학 #초·중·고 530만 명 원격수업시대 #일부 접속 지연…먹통사태 없어

20일 오전 개학을 맞은 서울 성동구의 초등학교 2학년 A양은 거실 TV 앞에 앉았다. EBS 방송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오전 9시30분 시작된 첫 수업은 국어 시간. TV 화면에 등장한 교사와 함께 동시를 읽었다.

수업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아이는 몸을 배배 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TV 속 교사가 “벌써 바른 자세를 안 하는 친구들이 있네? 우리 같이 노래 불러볼까요”라고 했다. 자세를 고쳐 앉은 아이는 교사와 함께 ‘구슬비’ 동요를 따라 불렀다. A양은 “짝꿍이랑 같이 해야 재미있는데, 혼자 하니까 재미없다”며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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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온라인 개학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이로써 초·중·고 전 학년이 사상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에 들어갔다. 학생 수는 앞서 개학한 중·고교생과 초등 4~6학년 400만여 명에 이날 개학한 초등 1~3학년 130만여 명(추정)을 합쳐 530만여 명에 달한다.

교육부는 초등 1·2학년이 PC 등 스마트 기기로 수업받기 어렵다고 보고 EBS TV 채널을 활용해 방송 수업을 하기로 했다. 하루 2~3개 과목 방송 수업을 하고 학교별로 학습 꾸러미(학습지)를 통해 과제를 내주는 방식이다.

학부모들은 TV 수업이라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등 2·4학년 자녀를 둔 김모(43)씨는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가 재미있게 TV 수업을 봤다. 태블릿 PC로 봤다면 접속하기도 까다롭고 화면이 작아 집중도도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 1학년 학부모 정모(39)씨도 “여러 가지 그림이나 영상도 나오고 선생님도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부모가 챙겨줘야 할 것이 많아 사실상 ‘부모 개학’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모씨는 “아이가 둘이라 하나는 인터넷 학습 사이트 접속시켜주고, 하나는 TV 앞에 앉혀두고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정모씨도 “부모가 아이 옆에서 학생 역할도 하고 교사 역할도 해야 하는 것 같다. 부모가 개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면서 학교 긴급돌봄을 신청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긴급돌봄 초등학생은 지난달 30일 5만4200여 명에서 16일엔 8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 조손가정이나 맞벌이 가정뿐 아니라 가정 내 학습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초·중·고 전 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됨에 따라 교육 당국은 학습 사이트 접속 장애를 우려했다. 통상 월요일이 가장 접속자 수가 많기 때문에 ‘20일이 최대 고비’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e학습터는 오전 9시를 전후로 접속이 지연됐다. e학습터 홈페이지에는 ‘현재 사용자가 많아 서비스 이용이 지연되고 있다. 잠시 후에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떴다. EBS온라인클래스는 이전보다 비교적 원활하게 접속됐지만, 일부 이용자는 동영상이 끊기는 현상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사이트가 먹통이 되거나 로그인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긴급돌봄 수요도 늘어나고 초·중·고 전 학년이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면서 접속 장애의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교육부에서는 긴급돌봄에 문제가 없도록 꼼꼼하게 관리하고, 시스템상 미비점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달라”고 말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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