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못하겠다” 육군 상병이 여성 중대장 야전삽 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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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가 여성 간부에게 삽을 휘두르고, 또 다른 경기 지역 육군 부대에선 같은 부대 소속 간부 두 명이 만취해 길거리에서 자거나 민간인 여성을 성추행하는 등 군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민간인 성추행 등 잇단 기강해이 #정경두 “군기문란 엄격하게 조치”

20일 육군에 따르면 군 검찰은 A(22) 상병을 상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A 상병은 지난 1일 오전 8시 10분쯤 같은 부대 소속 B 대위(여, 중대장)를 야전삽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폭행은 지난달 말 부대 내 사격장 방화지대작전을 마친 후 A 상병이 B 대위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A 상병이 며칠째 계속되는 작업에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중간에 작업을 그만뒀고, B 대위가 면담을 하며 이를 타이르는데 A 상병의 감정이 격해져 B 대위를 삽으로 때리고 목을 졸랐다는 것이다.

B 대위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군 당국은 사건 발생 즉시 A 상병을 긴급 체포했다. 육군 관계자는 “군 수사기관에서는 관련 사실의 엄중함을 잘 인식하고, 법과 규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또다른 부대에선 C 대위가 지난 17일 오전 2시쯤 포천의 길가에서 만취 상태로 옷을 벗은 채 누워 잠들었다. 행인이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C 대위의 신원을 확인한 뒤 귀가 조치했다.

C 대위와 같은 부대 소속 D 중위는 앞서 지난 15일 회식 뒤 노래방에서 민간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D 중위는 대대장(중령) 등 다른 간부 10여명과 전날 일과가 끝난 뒤 부대 밖 술집에서 회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말에는 육군 직할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술에 취해 상관인 남성 장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갑질도 적발됐다. 지난 13일 관사에 닭장을 만들겠다며 장병을 동원한 경기도의 또 다른 육군 부대 소속 E 중장에 대해 육군 감찰조사팀이 조사를 벌였고, 해당 사안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E 중장은 “관사가 낡아 지네 등 벌레가 자주 나타나 퇴치하려면 닭이 필요하다”며 장병들에게 닭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일탈의 빈도와 수위도 높지만, 이 중 일부는 회식 뒤 만취해 일어난 사건들로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물리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는 중에 발생했다. 회식 자체도 금지됐는데, 이런 행위들이 벌어진 데 대해 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0일 각군에 보낸 지휘 서신에서 “군 기강 문란 행위가 일부 발생했다”며 “규칙 위반 시 엄격하게 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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