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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실업, 해외로 눈돌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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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해마다 4월이면 강원도 남대천.연곡천을 비롯해 경북의 왕피천.오십천 등 전국의 13개 하천에서 거의 2천만마리의 연어 치어(稚魚)를 방류한다. 이렇게 방류된 치어는 북해도 수역을 거쳐 베링해와 북태평양을 거치면서 성장, 3~4년 후 50~80cm의 우람한 몸집으로 본래 방류되었던 하천으로 다시 돌아온다.

물론 모천회귀율(母川回歸率)은 불과 1.37%일 정도로 낮지만, 이렇게 먼 대양을 거쳐 돌아오는 연어는 식탁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황적색의 연어살은 색깔로도 단연 돋보여 회나 구이로도 애용되지만, 샐러리 위에 연어를 깔고 호스래디시(horseradish)라는 서양고추냉이와 케이퍼(capres)라는 향신료, 그리고 다진 양파를 함께 얹어 먹는 훈제연어는 세계인이 가장 애용하는 고급 식단 중 하나다.

그런데 많은 생선 중에서도 이렇듯 연어가 대접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콜레스테롤이 적은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것도 15~20도의 수온이 비교적 낮은 물을 찾아 먼 대양을 거쳐온 데서 연유된 결과이고 보면, 역시 연어의 귀족 대접은 험한 생존여건을 마다 않고 대양으로 나가 성장하는 삶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좁은 곳에서 안주하지 않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거친 경쟁과 험한 시련을 겪고 성장할 때 세계 시장에서 높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외국의 직장에서는 학연.지연.혈연이 통하지 않음으로써 각자의 능력에 따라 그 보상이 돌아오게 돼 있다.

또한 세계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빨리 파악함으로써 그만큼 앞서갈 수 있는 안목을 갖출 수도 있게 된다. 성실성과 근면성, 그리고 눈썰미있는 노동의 질, 높은 지능지수 등으로 언어문제만 해결되면 한국인은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어 보니 그래도 가장 먼저, 그리고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연어 치어와 같이 일찍이 외국으로 나가 치열한 노력 끝에 기반을 잡은 한국인들이었다.

이러한 견지에서 해외로의 취업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고, 그것도 구직 단념자가 속출함으로써 미래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해결책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가지 길인 해외취업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이고도 통합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많은 우수한 젊은이가 처음부터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을 겨냥하고 과감히 나가도록 정부도 지원하고 사회 전체도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인도나 중국이 그 전형적인 예다. 인도에서는 일류인 델리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취업할 경우 3천달러를 지원한다.

인도의 국민소득 수준을 생각할 때 이는 우리의 3만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컴퓨터를 생산하지 않는 인도가 소프트웨어 인력의 주된 수출국가가 되어 실리콘밸리 외국 인력의 대종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주도해 해외취업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해외의 구인자와 국내의 구직 희망자 간에 만남의 기회를 알선해 주어야 한다. 또한 정부와 대학이 함께 해외취업을 위한 전문 훈련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가야 한다.

그리고 인턴십도 더 확대돼야 한다. 혹자는 인턴십은 영구 취업이 보장되지 않아 취업통계에서도 제외해야 한다지만, 외국에서는 인턴십이 보편화된 채용 절차인 만큼 이를 두고 차별이니 착취니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인이여, 잡종(雜種)이 돼라"고 외치는 암벡스 이종문 회장의 말처럼 드넓은 세계 무대에서 세계인과 경쟁해갈 역군을 연어 치어를 방류하듯 지금 많이 해외로 내보내자.

백성운 고려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