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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자 대출 줄이는 거냐"…중기부 "공문 잘못보내 오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 대구 북구 침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와 연결되는 아파트 단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담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5일 대구 북구 침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와 연결되는 아파트 단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담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출금을 확 깎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중기부 '경영안정자금 2000만원 제한' 공문보냈다 철회 #일부 시중은행 "대출금 2000만원 한정" 전화 돌려 #3월27일 이전 대출금 확정한 소상공인 중기부 항의 #중기부 "오해사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해명

충북 청주에서 광고대행 업체를 운영하는 A씨(36)는 지난 16일 한 시중은행에서 “정부가 대출금을 축소하라고 해서 2000만원밖에 실행이 안 될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지난달 18일 충북신용보증재단에 소상공인경영안정자금으로 7000만원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행사가 줄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충북신보는 A씨의 매출실적을 검토, 대출 가능 금액을 3000만원으로 확정하고 최근 보증서를 끊어줬다. A씨의 신용도와 매출·대출금·자산 등을 고려한 신용장이다. 이 보증서를 들고 시중은행을 찾아간 A씨는 조만간 3000만원이 입금될 거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3000만원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보증서까지 발급된 상황에서 대출금이 2000만원으로 깎였다는 말을 듣고 숨이 턱 막혔다”며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에게 항의한 뒤에야 ‘관련 지침을 철회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대리대출) 한도를 2000만원으로 일괄 적용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3월 27일 이전에 경영자금 신청을 하고, 2000만~7000만원 사이 대출을 신청했던 소상공인들이 항의가 빗발치자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공문 캡쳐. [중앙포토]

중소벤처기업부 공문 캡쳐. [중앙포토]

 중기부는 지난달 27일 경영안정자금 집행이 지연되자 소상공인 대출 한도를 7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A씨는 “대출 한도를 낮추기 전에 지원금을 신청한 사람까지 2000만원으로 일괄 조정한 것을 보면 중기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A씨가 대출 한도로 관계기관과 실랑이를 한 이유는 중기부가 보낸 공문 때문이다. 중기부는 지난 15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대리대출) 관련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자금 신속집행 방안(2020. 3. 27)’ 일환으로 시행 중인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의 기 신청분이 기업은행 초저금리대출 등 타 자금으로 이관, 변경된 대출 한도(7000만원→2000만원) 적용 등이 원활히 되고 있지 않다”며 “이에 추가 요청이 있을 때까지 4월 16일 0시부터 코로나19 경영안정 자금(대리대출) 관련하여 모든 보증기관은 신청접수, 심사평가, 보증서 발급을 일시 중단하고, 시중은행은 대출실행이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조치해 주시길 바란다”고 적혀있다.

지난 1일 오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북부지원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북부지원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공문만 놓고 보면 3월 27일 이전에 신청한 사람까지 대출금 한도를 2000만원으로 제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신청자에게 전화를 걸어 “2000만원 이상 대출이 어렵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부 소상공인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소상공인 대출을 조이는 거냐”며 항의했다.

 소상공인 불만이 이어지자 중기부는 16일 오후 관련 방침을 번복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존에 2000만원 이상 대출금액을 확정 지은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있어 관련 공문을 철회한다고 관계 기관에 알렸다”며 “이미 보증서를 받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심사한 금액대로 지원금이 나갈 수 있도록 조처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중기부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출한도를 깎거나, 소상공인 항의로 인해 방침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3월 27일 이후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의 대출창구를 기업은행으로 일원화했음에도, 일부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계속 발급하는 사례가 잇따라 이를 방지하려는 차원의 공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방침과 어긋나게 보증서가 발급되면 자금이 일찍 소진되기 때문에 더 많은 소상공인이 혜택을 볼 수 없다”며 “한정된 지원 자금을 소상공인들을 위해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여러 조처를 하다 벌어진 일이지만, 이런 오해를 사지 않도록 더 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2020년 4월 19일 〈“선거 끝나자 대출금 확 깎나” 소상공인 항의에 말바꾼 중기부〉기사와 관련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 오전 추가 해명을 알려와 기사에 반영,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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