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붕괴 통합당 “안철수 부르자” “김종인에 맡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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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일 오전 미래통합당 관계자가 국회 당 회의실 벽에 ‘국민의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배경 문구를 걸고 있다. [뉴스1]

16일 오전 미래통합당 관계자가 국회 당 회의실 벽에 ‘국민의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배경 문구를 걸고 있다. [뉴스1]

지역구 84석, 최초 전국 선거 4연패.

최고위원단, 조경태 빼고 모두 낙선 #“당 대표 선출도 현재론 불가능” #측근 선전한 유승민 등판 가능성 #김태호·권성동 역할도 주목

1991년 3당 합당 이후 보수 계열 정당으로선 최악의 성적표다. ‘천막 당사’로 표현되곤 하던 ‘노무현 탄핵’ 와중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243석 중 100석을 얻었다. 수도권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는 20대 총선에선 122석 중 35석을 얻었다. 이번엔 121석 중 16석이다. “이대로 가다간 개헌저지선(101석)도 위험하다”고 선거 막판 절규했던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비례 19석까지 포함해 103석을 확보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적 승리만큼이나 통합당의 역사적 패배였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걸 인정한다”며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정부 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주셨다”고도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15일)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사퇴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직이 공석일 때 원내대표가 대행하지만 심재철 원내대표도 지역구에서 낙선,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고위원으론 조경태(부산 사하을) 당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했다. 조 당선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를 뽑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고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누가 하느냐다. 당 내부의 리더십이 붕괴한 만큼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거론되는 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며 당내 최다선(5선) 중 한 명이 된 주호영 의원은 이날 “안 대표와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빨리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 당의 개혁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주 말하는데 본인이 당에 와서 개혁하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당선인은 “통합당이 계속 묻지마 보수통합 프레임을 강조하는데, 주 의원의 좋은 뜻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합친다고 해서 국민 신뢰를 얻는 건 아니다”고 손사래 쳤다.

김 위원장이 “선거가 끝나면 깨끗하게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했다”고 했지만 ‘김종인 카드’도 살아 있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김 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다만 “신선감이 떨어지고 호불호가 있다”는 당내 평가도 적지 않다.

오세훈(서울 광진을)·나경원(서울 동작을) 후보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대거 낙선했다는 건 통합당으로선 뼈아프다. 대신 컷오프됐다가 무소속으로 생환한 홍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권성동(강릉) 당선인 등 이른바 ‘표태상동’의 역할이 주목된다. 홍준표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천신만고를 겪으며 승리했지만, 우리 당이 참패하는 바람에 마음이 무겁다”며 “대한민국 미래가 되도록 내일부터 충심을 다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의 행보도 관전 포인트다. 당의 참패 속에서도 ‘친유승민계’는 선전했다. 새로운보수당 출신의 김웅(서울 송파갑), 유의동(경기 평택을),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강대식(대구 동을) 당선인 등이 대표적이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박해리·윤정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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