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반도체까지 할퀴나…한달만에 수출 증가세 꺾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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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의 주력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 안으로 접어들고 있다. 반도체는 수출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디스플레이 역시 수출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전망도 1분기와 달리 최근 들어서는 어두운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한 달 만에 수출 증가세 꺾여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은 8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 2월엔 9.3% 증가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한 달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특히 수출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같은 기간 14.8% 줄었다. 액정 디바이스 수출 역시 20.9% 감소하면서 2018년 9월 이후 19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IC인사이츠 "반도체 시장 4% 감소" 전망 

시장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반도체(IC·집적회로) 시장은 3468억 달러(약 420조원)로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8% 성장할 것이라던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IC인사이츠는 “올 1분기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3월부터 세계 전역의 제조 설비가 멈추고 시장이 마비됐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 지역 확산 등 코로나19의 잠재적 영향을 고려해 전망치를 하향했다”고 밝혔다.

믿었던 서버시장도 투자 보류 이어져  

올해 반도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던 서버 시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서버가 많이 들어가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는 페이스북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미국 앨라배마 데이터센터 건립과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확장 공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이 하반기 서버 공급 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서버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동남아시아에 전염병이 확산하면 올해 서버 출하량 증가율은 기존 5%에서 3%로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DC 역시 "코로나 사태가 9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반도체 업계 매출이 전년 대비 12%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한 전자제품 매장.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TV 시장 특수 기대도 사라졌다.

일본의 한 전자제품 매장.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TV 시장 특수 기대도 사라졌다.

"디스플레이 출하량 11% 감소할 것"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도 우울하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15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전년 대비 1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8.8% 감소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옴디아는 스마트폰 패널 수요가 10% 줄고, LCD(액정표시장치) TV와 노트북 패널 수요가 각각 9.5%, 5.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패널 수요는 35.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옴디아는 “소매 소비자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TV, 스마트폰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고 감염증 확산으로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TV·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 감소 영향  

전날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는 올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은 1030억 달러(약 125조원)로 전년 대비 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1월 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던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이다. DSCC는 TV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수요가 각각 14%, 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DSCC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2021년께 풀리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이 내년에 13%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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