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일 하고 싶다" 코로나 속 英 75만명 자원봉사 신청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에서 자원봉사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일단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4일 신종 코로나로 인해 텅 빈 영국 런던 리버풀 거리 인근에 빨간 버스가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신종 코로나로 인해 텅 빈 영국 런던 리버풀 거리 인근에 빨간 버스가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은 이날 기사에서 "신종 코로나로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국은 백만 명의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민공공보건서비스(NHS)에 지난 몇 주간 자원봉사로 등록한 신규 인원이 75만 명을 넘어섰다.

"자원봉사자 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가디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동을 대피시키는 자원봉사에 백만 명이 지원했던 기록 이후로 영국 내에서 이 정도 규모의 자원봉사 지원이 몰린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자원봉사 신청자 수는 7만 명 수준이었다.

런던 봉사 단체 '원 웨스트민스터'의 핵심 간부인 재키 로젠버그는 "감염병 때문에 무기력을 느끼는 가운데 의미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젠버그가 일하는 단체도 최근 2500건 가량의 자원봉사 지원서를 받았다.

영국 내 자원봉사 재단인 볼룬티어링매터스는 지난 2주일간 3000명이 홈페이지에서 자원봉사자로 등록했다고 전했다. 평소에는 한 주에 20~30명 정도가 지원한 것에 비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조치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노인이나 장애인, 격리 환자 등을 대신해 쇼핑을 해주거나,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고, 식료품 꾸러미를 포장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환자를 옮기거나 자가 격리 중인 노인에게 안부 전화를 돌리는 봉사활동도 있다.

자원봉사 신청이 폭주하면서 자원봉사 수요보다 지원자 수가 더 많은 상황도 벌어졌다. NHS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봉사자들은 "딱히 도울 일이 없었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디언은 젊은이들이 자원봉사 커뮤니티에 유입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신종 코로나의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손수 만든 의료복, 헤어밴드도 기부    

영국에서는 현장 의료진에게 의료 가운을 만들어 보내는 '바느질 자원봉사'도 유행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운을 평소보다 자주 갈아입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 가운이 부족해지자 시민들이 재봉틀을 이용해 가운 만들기에 돌입한 것이다.

4만 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클럽 '사랑의 의료복(For the Love of Scrubs)'에서 사람들은 의료복 만드는 방법과 의료복 도안을 공유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의료복 뿐 아니라 모자와 가방, 마스크 압박을 줄이기 위한 헤어밴드도 만들어 보낸다.

페이스북 페이지 '사랑의 의료복'에 올라온 의료복 사진. 자원봉사자들은 현장 의료진에게 줄 의료복을 직접 바느질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페이지 '사랑의 의료복'에 올라온 의료복 사진. 자원봉사자들은 현장 의료진에게 줄 의료복을 직접 바느질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의료복. [페이스북 캡처]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의료복. [페이스북 캡처]

잉글랜드 서부 글로스터셔 카운티에 위치한 반 극장에서 의상을 담당하는 데니스 클레어는 신종 코로나로 극장이 문을 닫자 집에서 의료 가운을 만들기 시작했다. 클레어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건 그냥 취미가 아니다. 실제로 환자들은 치료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당신이 만든 의료복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하루에 10시간씩 바느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레어는 "그래도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바느질은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시간 15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영국은 9만 3873명의 확진자와 1만 2107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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