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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부사관이 동성 장교 성추행"···軍 발칵 뒤집은 하극상 제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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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군 직할부대에서 일부 부사관들이 상관인 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피해자가 신고를 취하하면서 묻힐 뻔했던 해당 사건은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육군 모 직할부대에서 부사관들이 병사는 물론 상관을 괴롭혔다는 제보가 접수돼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육군 모 직할부대에서 부사관들이 병사는 물론 상관을 괴롭혔다는 제보가 접수돼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13일 육군에 따르면 중부지역 모 부대에서 부사관 4명이 같은 부대 소속 병사·부사관·장교 3~4명에 대해 지난 3월부터 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지난 9일 들어왔다. 이를 접수한 군사경찰이 지난 10일부터 내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중 강제추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이날 이들을 입건했다.

제보에는 가해 부사관들이 부하인 병사와 동료 부사관에 대해선 폭행을, 상관인 위관급 남성 장교에 대해선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군 당국은 특히 상관 성추행의 경우 사안이 엄중하다고 보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가해자들은 동성인 피해 장교에게 주특기 관련 문제를 낸 뒤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숙소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저질렀다. 군 관계자는 “제보가 맞는다면 상관 모욕은 물론 독신 장교 숙소(BOQ)에 들어갔으므로 특수주거침입도 성립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상관 모욕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이 상하 관계가 아닌,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수주거침입 혐의 역시 피해 장교가 스스로 문을 열어줬다는 점 때문에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한다.

군 당국은 또 해당 사건에 대한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 중 일부가 국방 헬프콜에 이번 일을 신고한 뒤 취하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중간 지휘관이 해당 사건을 방조·묵인한 정황도 들여다봐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해당 의혹은 당시 중간 지휘관의 재임 기간 때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가 지난주 이·취임을 기점으로 상부의 지휘관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이밖에 이들 부사관이 평소 병사와 동료 부사관을 폭행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제보 내용이 군 기강 해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군에선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소재 군사안보지원학교 울타리로 70대 남성이 무단 침입하는 등 경계 실패가 잇따르는가 하면, 현역 일병이 성 착취물을 공유해온 텔레그램 '박사방' 핵심 관리자 중 1명으로 드러나는 등 수위 높은 일탈행위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부실한 부대관리 행태와 수준 미달의 부대 장악 능력이 어우러진 심각한 군기 문란 사안”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부대 측에서 피해 장교의 국방 헬프콜 신고를 취하하거나 강요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가해자들을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며 “군 당국은 이번 사안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 후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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