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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용자 출석조사 맘대로 하지 말라”…‘제보자X’ 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교정시설에 수감된 수용자를 검사실로 불러 출석조사 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13일 권고했다. [뉴스1]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교정시설에 수감된 수용자를 검사실로 불러 출석조사 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13일 권고했다. [뉴스1]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교정시설에 수감된 수용자를 검사실로 불러 출석조사 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170차례에 걸쳐 서울남부지검에 나가 수사를 도왔다고 주장한 ‘제보자X’는 앞으로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13일 개혁위는 제16차 권고안으로 수용자의 인권과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정시설 수용자의 검사실 출석조사 관행 및 남용에 대해 심의, 의결했다.

그동안 수용자가 재판받는 경우 외에 검찰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 밖으로 나가는 ‘출정’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경찰이 2019년 교정시설에 직접 방문해 조사한 횟수가 약 5만4000건인데 반해 검찰은 35건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1~7월 서울‧경기권 구치소 5곳에서 검찰 조사에 출석한 횟수는 1만7475건이었다.

개혁위는 앞으로 수용자에 대한 모든 검찰 조사는 검찰이 직접 교정시설에 방문해 조사하거나 원격화상 조사로 하도록 법령 개정 추진을 권고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교정시설 장의 승인을 얻어야 검사실 출석조사가 가능하다.

다만 그동안의 수사 관행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수용자가 ‘피의자’로 조사받는 경우에 한해서는 출석조사를 허용했다. 참고인 조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일부 수용자가 수백회씩 출정하는 등 반복적인 출석조사 요구를 받는 경우가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교정본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5년간 검찰청에 10회 이상 출석한 수용자는 8267명이다. 200회 이상 검사실에서 불려간 이들도 11명이나 된다.

검사실을 자주 드나든 수용자가 수사정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현직 검사가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575회 출정한 것으로 알려진 주식 브로커 조모씨는 남부지검 최모 검사실에서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 주가 조작 사건 관련 수사 자료를 얻었다. 조씨는 이를 이용해 홈캐스트 실소유주 장모씨에게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31억원 상당을 가로채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최 검사의 공용서류손상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지난해 12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고, 최 검사는 항소한 상태다.

최근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제보를 압박했다”고 MBC에 제보한 지모(55)씨가 ‘제보자X’가 된 것도 이 출정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죄수와 검사’ 기사를 통해 “죄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는 제보자X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씨는 2015년 11월부터 21개월 동안 206회 출정을 나갔다. 지씨는 기업 범죄 수사와 관련해 아이템 발굴과 선정 등에 관여했으며 남부지검의 공문에 의해 독거실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남부지검은 “지씨가 편지로 사건 3개를 제보해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에 협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도 개혁위 관계자는 “수백 차례 출정조사를 받은 수용자가 검사실 전화로 외부에 추가 범행을 지시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검찰의 반복적 출석 요구를 금지하면 직접 수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법무부는 권고안을 존중해 수용자 수사 관행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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