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골프숍] 스무살 젝시오의 아들, 젝시오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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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시오 X

젝시오 X

던롭의 서브 브랜드 젝시오는 2000년에 나왔다. 21(XXI)세기로 온(On)이라는 의미로 XXIO로 이름을 지었는데 처음엔 어색했다. 이름도 생소했고, 소비자들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려워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면서 매우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 젝시오는 한국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드라이버 중 하나이며 일본에서는 17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한 히트상품이다.

브랜드도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와 함께 늙는다. 이미지도 굳어진다. 젝시오의 이미지는 광고 모델인 박인비가 잘 보여준다. 박인비는 어깨를 많이 돌리지 않고, 그냥 클럽을 들었다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이 똑바로 꽤 멀리 간다. 젝시오는 박인비처럼 편하게 공을 칠 수 있는 클럽이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유달리 여성들이 좋아한다. 여성 드라이버 중 점유율이 60%에 이른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선 젝시오를 치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고한 위상이다.

그러나 젊은 남성 골퍼들이 보기엔 너무 편하고 쉬운 용품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젊은 사람이 쓰지 않는다면, 브랜드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젝시오는 올해 기존 젝시오 10을 이은 젝시오 11과 더불어, 새로운 컨셉트의 젝시오 X를 출시했다. 젝시오 X는 기존 젝시오의 아들뻘이다. 시속 88마일 이상의 헤드 스피드가 빠른 남성 골퍼가 타깃이다.

젝시오 11

젝시오 11

던롭은 젝시오11로 기존 고객들을 끌고 가면서, 젝시오 X로 새로운 세대를 수용하겠다는 의도다. 하나의 브랜드를 쪼개서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골프계에서는 젝시오 수요층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 기존 고객의 이탈은 많지 않을 걸로 본다. 관건은 신제품인 젝시오 X의 성공 여부다.

젝시오 X의 헤드는 차돌처럼 단단해 보인다. 은색 문양이 든 검은색 헤드가 안정감을 준다. 슬라이스를 막기 위해 닫혀 있는 기존 젝시오의 헤드와 달리 페이스는 뉴트럴이다. 무게는 젝시오 일레븐보다 11g 무겁고, 클럽 길이는 0.25인치 짧다. 젊은 남성들의 마초 성향을 짚었다.

헤드는 티타늄과 카본 소재를 섞어 썼다. 이런 복합 헤드는 스피드와 관용성이 좋지만, 소리가 둔탁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젝시오 X는 복합소재이면서도 맑은소리를 낸다. 퍼포먼스와 감각을 함께 잡았다.

젝시오 X에는 두 가지 샤프트가 있다. 미야자키와 투어 AD다. 장재식 JTBC골프 해설위원은 “미야자키 샤프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뭔가 도움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립 끝부분에 무게를 더하고 그립과 샤프트 무게를 줄이면 클럽은 양쪽 끝에 추를 단 시소처럼 안정감을 갖게 된다. 백스윙 톱에서 여유가 생기고 릴리스가 편해진다. 이를 위해 그립을 얇게 만들었는데 남자들 손에는 약간 헐거운 게 단점이다.

투어 AD 샤프트에는 이런 기술이 들어가지 않았다. 장 위원은 “코킹과 릴리스가 안정된 사람은 이 샤프트가 오히려 낫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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